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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익숙해져 버린 소수들만의 유토피아

등록 2017-05-19 20:14수정 2017-05-19 20:2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브라질 드라마 <3%>

문명이 붕괴된 근미래, 세계는 둘로 나뉘어 있다. ‘외해’로 불리는 풍요의 땅은 선택된 3%의 소수 특권층을 위한 유토피아이며, ‘내륙’으로 불리는 궁핍의 땅은 나머지 97%의 빈민들이 굶주리며 살아가는 곳이다. 내륙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스무살이 되면 ‘외해’로 갈 수 있는 단 한번의 시험 기회를 부여받는다. 해마다 한차례 열리는 그 가혹한 시험에서는 3%만이 합격자가 되고, 나머지는 시험 도중 죽거나 혹은 살아남더라도 다시 내륙으로 돌아와 평생 가난하게 살아간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브라질 시장을 겨냥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3%>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상상한 디스토피아 스릴러다.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 규모가 돋보이는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하면 저예산 에스에프라는 한계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등이 호평을 얻으며 시즌2 제작까지 확정지었다. 설정만 놓고 보면 그리 새로운 점은 없다. ‘외해’ 시스템은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모티브를 빌려왔고,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잔혹한 생존게임이라는 설정은 ‘브라질판 <헝거 게임>’이라는 평을 듣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3%>는 회를 거듭할수록 차별화된 개성을 드러내며 흡인력을 발휘한다. 이 드라마 속의 테스트는 서바이벌 액션 게임이라기보다 사회심리학적 실험의 성격을 띤다. 각 단계마다 누가 생존하고 탈락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의 과거사를 조금씩 드러내며 그들의 결핍을 통해 궁극적으로 시스템의 결함을 비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후보생들 가운데 유일한 장애인인 페르난두(미셰우 고메스)는 인물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캐릭터나 시험에 긴장감을 불러오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외해’의 규칙을 숭배하는 목사 아버지와 갈등하며 시스템의 균열과 모순을 암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선영
김선영
무엇보다 이 드라마 속 세계관은 브라질의 현실과 교차하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국가별 상위 1% 슈퍼부자들의 평균소득 순위에서 국가 전체의 경제 사정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할 정도로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브라질의 현실은 드라마 속 미래의 우울한 풍경과 계속해서 겹친다. 실제로 극 중에서 3% 선발 시험이 진행되는 장소인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앙스 월드컵경기장의 세련된 풍경은, 다른 한편에서 주택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빈부격차의 현실을 역으로 비춘다. 물론 이는 브라질만의 현실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1 대 99’라는 말이 소득 불평등 심화를 대변해왔다. 다만, 굳이 에스에프의 틀을 빌리지 않아도 ‘1%’가 지배하는 드라마가 늘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시청 흥미도가 조금 떨어질 수는 있겠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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