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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인생도처유상수-현장을 진행합니다, 진행팀

등록 2017-06-15 14:25수정 2017-06-15 21:13

[박상혁의 예능in, 예능人]
<섬총사> 진행팀들. 박상혁 피디 제공
<섬총사> 진행팀들. 박상혁 피디 제공
지금 여기는 <섬총사>(티브이엔)를 촬영하고 있는 전남 영산도라는 섬입니다. 일주일째 작은 섬에 들어와 있습니다. 영산도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환경보호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관광객들의 입도를 55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워낙 작은 섬이다 보니 사람들이 더 온다고 해도 잘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인원을 최대한 줄여서 왔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동안 촬영하기 때문에 챙겨야할 것이 많습니다. 제작진 막내들은 어느 때보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촬영장에서 가장 힘들고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이 친구들을 방송 마지막에 나오는 자막에는 ‘현장진행’이라고 하고, 촬영장에서는 ‘진행팀’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촬영 현장이 물 흐르는 것처럼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무거운 소품을 나르고 촬영 장비를 옮깁니다. 지저분해진 촬영장을 정리하고 주변의 쓰레기를 줍습니다. 필요한 소품을 사러가기도 하고 딱 맞는 물건이 없다면 만듭니다. 이런 긴 촬영은 스태프들이 먹는 물이나 음식물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더군다나 섬에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짐을 직접 옮겨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힘도 좋고 덩치 큰 친구들 많습니다.

끝없이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진행팀을 보니 이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잠시 쉬는 틈을 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색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연예인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일을 하면서 이런 일도 언젠가는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계속 해보게 되었답니다.

특정 방송국에 소속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방송국에서 여러 프로그램 일을 합니다. 어떤 날은 진행팀만 40명이 필요한 프로그램에서 정신없이 일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스튜디오에 가서 녹화 준비만 하고 슬슬 놀다가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섬총사> 촬영에는 7명이 함께 섬으로 왔습니다. 처음에는 최저시급 받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회사를 만들어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한령 이전에는 중국방송 제작도 많이 해봤다고 하네요. 가장 보람된 순간은 역시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을 때고 가장 힘든 순간은 사람들이 함부로 대할 때라고 합니다. 하는 일에 따라 사람을 높이 보거나 낮추어 보는 나쁜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있나 봅니다. 자신들처럼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의 노력까지 더해져야 재밌는 방송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사실 이 친구들은 제가 <에스비에스>(SBS)에서 연출할 때부터 쭉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새로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좋은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만큼이나 훌륭한 스태프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대박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것은 ‘하늘의 뜻’ 같아 보입니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좋은 스태프들이 모여야 가능합니다. 예전에 유홍준 교수가 했던 말.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즉 세상에는 숨은 고수들이 참 많다는 말이 예능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방송 제작도 역할이 아주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점점 더 전문화되겠지요. 다음 상황을 준비하는 일은 후배 피디들과 작가들이 하고 촬영은 카메라 팀이 합니다. 조명, 오디오, 헬리캠, 진행팀 등 모든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합니다. 그래서 관찰 예능의 경우 메인 피디가 제일 하는 일 없이 어슬렁 돌아다닙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현장이 착착 돌아가게 전문가들을 모셔왔으니 저는 그것만으로도 큰일 한 겁니다. 저 멀리 방파제 쪽에서 용화가 낚시하고 있다니 거기나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박상혁 올리브티브이 <섬총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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