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이 열리고 있다. 영미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민 2, 3세대 한인 작가 5인의 대표작을 엮은 이 기획전에는 경계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큰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김씨네 편의점>(원제 Kim’s Convenience)이다. 캐나다 한인 1.5세 최인섭이 극본, 연출, 제작, 연기까지 도맡은 작은 독립연극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2011년 토론토 연극축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그해 143개 출품작 가운데 ‘베스트 프린지 10’에 뽑히고, 이듬해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수작이다.
연극의 성공은 곧장 드라마화로 이어졌다. 2016년 최인섭 작가가 제작에 참여하고 캐나다 국영방송 <시비시>(CBC)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한국 이민가정의 애환과 성장을 유쾌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원작 이상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연방정부 수립 150주년을 전후해 캐나다의 다양성과 다문화주의를 잘 구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7 캐나디안 스크린 어워드에서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원작에서부터 드라마까지 연이어 주연을 맡아온 배우 이선형이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캐나다 주요 영화 및 티브이 시상식에서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닌 작품이다.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올가을에는 시즌2가 방영될 예정이다.
<김씨네 편의점>은 토론토의 저소득층 지역 주택단지인 리젠드 파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씨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인 플롯은 부모 세대의 보수적 가치관과 신세대 자녀들의 자유로운 가치관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전형적인 가족극에 가깝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세대 갈등을 넘어 캐나다 다양성 문화의 역동적인 현주소가 담겨 있다. 가령 1980년대에 토론토로 이민 온 부모의 가치관은 민주화 문화가 도래하기도 전의 한국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이름도 없이 아빠(이선형), 엄마(윤진)로 지칭된다. 아빠는 뼛속까지 애국자인데다 고집 센 가부장이며,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이자 학벌, 계급 등에 의한 위계적 문화에 길들여진 인물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부모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그들이 고수하는 전통과 21세기 다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의외의 유연성을 지닌 김씨 캐릭터다. 가령 편의점을 찾은 게이 고객으로부터 ‘성소수자 혐오자’라는 비난을 받은 뒤 게이 대상 할인 행사를 벌이는 에피소드는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보수주의자가 ‘다른’ 문화와 공존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종종 한국인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지나친 묘사가 두드러져도 불완전한 캐릭터들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