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10돌을 맞은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김재영, 비올리스트 이승원, 첼리스트 문웅휘. 목프로덕션 제공
“어떤 후원도 없이 10년 동안 활동한 클래식 아티스트는 저희가 유일할 겁니다. 초창기 모든 활동에 대한 대중의 응답은 오로지 ‘무관심’이었어요. 연주회를 열어도 티켓 판매 수준이 터무니없으니, 저희를 드러내는 일은 콩쿠르밖에 없었습니다. 음악가는 대부분 부자일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네 명 모두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레슨해서 번 돈으로 콩쿠르 참가비를 충당했어요. 국제 콩쿠르를 나가도 아시아에서 온 팀은 저희밖에 없었고, 해외 활동을 막 시작하던 시기에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습니다. 모든 과정을 이겨내 여기까지 온 것이니 이제는 자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노부스 콰르텟’의 김재영은 결성 10돌을 기념하는 전국 투어(22일~9월1일) 공연을 앞두고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김재영·김영욱(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문웅휘(첼로)로 구성된 평균 나이 29살의 젊은 현악4중주단이다. 2007년 결성해 ‘뮌헨 에이알디(ARD) 콩쿠르’ 2위(2012),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1위(2014)를 했고, 베를린 페스티벌, 빈 무지크페라인, 영국 위그모어홀 등의 초청을 받아 공연했다. 2014년 독일의 매니지먼트사 지메나워와 계약을 맺고 2016년 프랑스 레이블 아파르테에서 음반을 발매하기까지, 이 모든 일이 한국의 실내악단으로는 처음 세운 기록들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노부스 콰르텟은 가장 힘든 점으로 ‘존속’을 꼽았다.
“2009년 리옹 콩쿠르에 나가서 3위를 했을 때 심사위원이 다가와 좋지 않은 악기를 쓰는 것에 대해 염려한 적이 있어요. 현재는 짧은 기간이나마 도움을 받아 악기를 대여해 쓰고 있지만, 언젠간 돌려줘야 하니 걱정입니다. 결성 10주년이 되어 이룬 것도 많지만, 아직 힘든 부분도 많아요.”(문웅휘)
노부스 콰르텟이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의 한국 클래식 음악 시장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노부스 콰르텟은 실내악 불모지에서 탄생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10년이 지나도 국내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현악4중주단은 스타 연주자로서 화려한 삶을 누리기보다는
완벽을 위한 고행의 길을 걷는 존재로 여겨진다. 현악4중주는 음악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악기 편성이라 ‘실내악의 꽃’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에게는 “네 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것”으로 비유될 만큼 잘해내기가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이다.
“한번 현악4중주에 빠지면 애호가가 되는 사람이 많지만, 제대로 접하기 전에는 너무 어렵고 지루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요. 이러한 시선이 음악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는 저희를 외롭게 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지난 10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20년, 30년이 될 때까지 현악4중주의 아름다움을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이승원)
이번 투어 공연은 노부스 콰르텟의 두 번째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파르테 레이블에서 발매한 이번 음반은 차이콥스키 현악4중주 1번과 현악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을 담았다. 프랑스의 첼리스트 오펠리 가야르와 비올리스트 리즈 베르토가 참여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투어 공연을 마친 뒤 이탈리아 미토 페스티벌, 독일 본 베토벤 페스티벌과 마카오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등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한다. 12월에는 고국에서 벨체아 현악4중주단과 합동 무대를 선보인다.
김호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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