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TV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들을 보면 정지 화면을 내보내거나 정지 화면을 반복해서 방송하는 경우, 또 느린 동작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한국방송 2텔레비전 <상상플러스>의 ‘세대공감 올드앤뉴’ 꼭지에서는 출연자들이 노현정 아나운서에게 귓속말로 정답을 말하는 장면에서 정지 화면이 사용된다. 또 같은 채널의 <해피투게더 프렌즈>에서도 출연한 스타가 자신의 친구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대목에서 정지 화면이 2~3차례 반복돼 방송된다. 이밖에 문화방송 <토요일>의 ‘무(리)한 도전’이나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의 ‘엑스맨’ 등에서도 출연자들이 게임을 하는 중간중간에 정지 화면이 반복돼 나온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내 경우는 이런 반복이 너무 싫다. 급한 성질 탓에 출연자가 퀴즈의 정답을 맞췄는지 틀렸는지, 스타가 친구를 알아봤는지 아니면 못알아봤는지 결과가 곧바로 나오고 진행이 빨리빨리 됐으면 싶은데, 똑같은 화면을 그냥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게 짜증날 때가 많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연출 기법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 보다. 그러니까 프로그램 연출자들이 이런 기법을 즐겨 사용하지 않을까? 한 오락 프로그램 담당 피디는 오락·교양 프로그램에서 많이 이용되는 대표적인 장치들을 ‘과연 기법’, ‘다각화면 기법’, ‘포토샵 기법’이라 부른다고 했다.
‘과연 기법’이란 정지 화면이나 느린 화면을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감정을 정화시켜 시청자들이 여유를 갖고 결과를 지켜보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다각화면 기법’은 축구 경기 방송에서 선수가 골을 넣는 장면을 여러 방향에서 카메라로 잡아 보여주는 것처럼, 출연자들의 표정을 여러 대의 카메라로 자세히 보여줘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피투게더 프렌즈> 윤현준 피디는 “출연한 스타가 친구를 확인하는 장면이 2~3차례 반복되는데 오디오는 ‘반갑다 친구야’로 똑같이 나가지만, 화면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스타의 표정, 스타의 친구로 출연한 사람의 표정, 나머지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중해서 보는 시청자의 경우 출연자의 표정을 아주 유심히 본다”며,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이 친구를 만나서 반가워하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떠올려보는 등 감정이입이 된다”고 말했다.
‘포토샵 기법’은 특정 출연자 주변 배경을 반짝반짝하게 하거나 햇살이 빙빙 돌게 하는 등 ‘포토샵’ 기능을 화면에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연출 기법도 남용한다면 아니 쓴 만 못하리. <상상플러스> 이세희 피디는 “과연 기법이나 다각화면 기법, 포토샵 기법 등은 적절한 상황에서 꼭 필요할 때 써야지 남발하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하지만 이런 연출 기법도 남용한다면 아니 쓴 만 못하리. <상상플러스> 이세희 피디는 “과연 기법이나 다각화면 기법, 포토샵 기법 등은 적절한 상황에서 꼭 필요할 때 써야지 남발하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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