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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찬, 할리우드를 두드리다…“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도전, 좋은 배우 될 것”

등록 2018-04-30 05:59수정 2018-04-30 14:15

할리우드 도전하는 가수 이기찬
워쇼스키 감독 ‘센스8’로 할리우드 데뷔
영어 실력에 드라마, 뮤지컬 등 연기 경험
시즌 1·2 거치며 미 영화계도 관심

“평소 나와 다른 인물 연기에 재미
LA 살며 계속 오디션 문 두드렸죠”

“나이 마흔에 배우 도전? 지금부터 시작!”
최근 ‘슈가맨’ 출연 뒤 새 싱글 ‘있나요’ 발표
가수에서 배우로 성장 중인 이기찬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가수에서 배우로 성장 중인 이기찬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궁금했다. 그의 어떤 매력이 할리우드에서 통한 걸까. 웃음은 선했지만 배우로 각인될 만한 특징은 없다고 ‘오해’했다. 지난 25일 그를 만난 뒤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구릿빛 피부와 굵고 가는 선이 조화로운 얼굴에는 남성적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했다. 눈빛도 매서워졌다. “할리우드에서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허황된 꿈은 아닌 듯했다.

한동안 음악 무대에서 보이지 않던 가수 이기찬이 미국에서 배우로 성장 중이다. 그는 2015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워쇼스키 감독의 미국 드라마 <센스8>에서 전형적인 망나니 재벌 2세 박중기 역을 맡아 미국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시즌1 인기에 힘입어 2017년 <센스8 시즌2>에도 출연했다.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할리우드 유명 감독의 영화와 인기 드라마 등 여러 작품에서 마지막 관문까지 올랐다. 톡 하고 건드리면 확 터질 것 같다.

처음에는 기회가 좋았다. <센스8>에 배두나가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그의 동생 역으로 아시아인이 필요했다. 제작진이 한국에서도 영어 오디션을 봤다. “할리우드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는 그는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소속사에서 권해 오디션을 봤다가 국내외 배우들을 제치고 덜컥 합격했다. “저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다만 무슨 일이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 모습에서 비열해 보이고 지질해 보이는 중기가 보였을까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해온 덕분에 현지인 수준의 영어 실력과 2006년부터 연기를 공부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평소 내 모습과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더라”는 그는 <센스8> 출연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인기를 발판 삼아 해외 진출을 노리는 지름길 대신 미국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직접 숙소를 예약한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물면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미국은 매년 10월~2, 3월 ‘파일럿(반응을 살피려고 일단 한두회 제작하는 것) 시즌’이라고 해서 새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요. 언제 오디션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까 현지에 가서 머물며 계속 문을 두드렸죠.” 할리우드 유명 커피전문점에 앉아 밑줄 그어가며 대본을 파고들 때면 곳곳에 또다른 ‘이기찬’들이 많았다. “전세계에서 성공하려는 이들이 다 모인 곳이잖아요. 당시 성사된 건 없었지만(웃음)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그는 “현지인 이상으로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없다”며 “영어 공부를 지금도 매일 2시간씩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찬이 출연한 미국 드라마 <센스8>. 프로그램 갈무리
이기찬이 출연한 미국 드라마 <센스8>. 프로그램 갈무리
그는 미국 시장이 “선입견 없이 오직 가능성으로만 평가해서 좋았다”고 했다. 18살 때인 1996년 가수로 데뷔해 정점을 찍었던 그는 2006년 이후 배우를 병행하며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벗기는 버거웠다. “가수 이미지가 강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출연 캐릭터로 보이려는 노력을 다른 사람들보다 몇배 이상 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가수로서 이기찬은 시대를 풍미했기 때문이다. 1집 ‘플리즈’로 큰 사랑을 받으며 시작한 뒤 크고 작은 기복은 있었지만 ‘감기’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등 ‘이기찬표 발라드’라는 공식까지 만들어냈다. 매너리즘에 빠져 음악을 중단한 적도 있었는데, <슈가맨>에 출연해 많은 이들이 기다려준 것이 고마워 최근 다시 새 싱글 ‘있나요’도 발표하는 등 꾸준히 곡을 선보였다.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처럼, 가수로서도 놀랍기는 매한가지다. ‘있나요’에서도 감성을 건드리는 음색은 우리나이로 마흔살인 지금도 변함없다. 이번 노래도 직접 만드는 등 1집부터 작사, 작곡, 편곡까지 하는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였다. 하지만 미국 드라마에 출연한 뒤에야 그의 연기력이 눈에 들어온 것처럼, 그가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이 강하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아쉽지 않으냐고 물으니 그는 “내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곰곰 인터뷰를 되짚어 보니 그는 인기 등 모든 것과 관련한 질문에 덤덤했다. 정점에서 내려올 때의 감정과 유명 가수인 그가 미국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 않느냐는 질문 등에 ‘그게 왜?’라는 표정을 지었다. 틀 안에 갇힌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듯했다. 데뷔 20년, 나이 마흔살에 다시 배우로서 첫 계단을 밟을 수 있는 것도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갈 줄 알기 때문 아닐까. 그는 “나이가 들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좋아서 하는 일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됐다”며 “‘배우 이기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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