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TV
지난 5월 국내 신문들에 일제히 실린 기사가 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방송 15돌의 뜻을 되새기는 내용이었다. 반년이 지난 요즘, 피디수첩은 같은 신문들한테 그야말로 ‘두들겨 맞고’ 있다. 취재 윤리 위반이 비판받을 빌미를 줬다. 그런데 피디수첩에 대한 비판이 이른바 ‘피디 저널리즘’에 대한 전방위적 비난으로 번져가고 있다. 엉겁결에 한국방송 <추적 60분>과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 싶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버렸다.
너도나도 피디 저널리즘이 불법녹취와 몰카로 무장한 교양 피디들의 짜맞추기 식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결론을 정해놓고 구색맞추기식으로 취재한다’, ‘훈련 받지 않은 아마추어의 의욕 과잉이 문제다’, ‘운동권 출신 피디들이 문제의 근원이다’라는 말들. 물론 다듬어지지 않은 선정적 보도가 간혹 문제되지만, 이는 오히려 피디 저널리즘보다는 한국 언론 전반의 문제라고 봐야 옳지 않을까?
지난 5월 피디수첩 15돌 기사에서 치켜세우던 자세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피디들이 만드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다소 거친 부분을 지적해도 이 정도의 비난이 쏟아져야 할 사안인가를 생각해본다. 곧 낯이 뜨거워진다. 특히 이런 기사들을 쏟아내는 이들과 같은 직종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신문 기자로서 부끄럽다.
“정치, 사회, 경제, 종교를 막론하고 거대 권력에 맞서 이들의 추악한 그늘을 들춰내 고발해온 피디들의 노력에, 좁은 출입처에 갇혀 제 영역 아니면 눈 돌리지 않고 귀 막아 온 기자들이 흙탕물을 뿌린다”고 표현하면 지나친 것일까? 위기를 맞아 변화를 외치며 늘상 심층적인 탐사보도와 기획보도가 대안이라 외쳐온 신문들의 피디 저널리즘 비난이 너무나 어이없고 창피하다고 말하면 ‘누워서 침 뱉기’ 일까? 이런 야만적 보도들이 과연 이 나라 언론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한없이 답답해질밖에 도리가 없다.
취재 윤리 또한 그렇다. 신문과 방송을 가리지 않고 온 언론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방송 기자는 불법녹취를 하고 몰카를 사용하지 않았던가? 신문 기자는 취재원을 은근히 협박하며 취조하듯 취재한 일 없었던가? 수사권을 지니지 못한 언론이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불가피한 방법론까지 인정하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 함께 겸허히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자세는커녕 방송을 공격할 재료로만 여기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언론의 대의를 생각하기는커녕 사주의 지시와 명령에 맹종해 자사이기주의적 보도에 무반성·무비판적으로 매달려온 이들이 피디 저널리즘을 한 무더기로 매장하려 드는 꼴을 보면,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뭇매에 시달리다 줏대없이 사실상 폐지와 다름없는 피디수첩 방송 중단을 결정한 문화방송 임원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