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특별기획, 우리사회 양극화 문제 정면으로 다뤄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 비춰 대안 모색
세밑이 되면 방송사들은 가난한 이들과 빈곤 문제를 다룬 다양한 꼭지를 내보낸다. 하지만 대다수 꼭지들이 다분히 불우이웃돕기 같은 캘린더성 성격이 짙다. 새해가 되면 그러한 특집 꼭지들이 물밑처럼 사라지는 걸 보면 그렇다. 우리 사회 빈곤의 원인을 꼬집고 대안을 제시하는 꼭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지난주 한국방송이 6일 연속으로 내보낸 특별기획 〈양극화 사회, 희망의 로드맵〉은 우리사회 양극화 문제를 짚어 보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꼭지였다. 외환위기 뒤 우리사회에서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이 패고 있다. 이는 사회 통합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건강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6~9일에는 양극화 문제의 현실을 심도 있게 분석한 연속 4부작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데 이어, 9~11일에는 양극화문제에 이해당사자들의 서로의 시각과 대안을 찾기 위한 대토론 3부작도 방송됐다.
6일 선보인 ‘신 빈곤층 실태보고-추락하는 사람들’에선 대형할인마트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2년반 만에 3억원의 빚을 지게 된 뒤 공원주차장 차 안에서 온 가족이 숙식을 하는 모습을 담으면서 양극화 현상 속에서 사회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비췄다. 7일 ‘그늘 속의 아이들-가난이 대물림된다’ 편에선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아이들이 꿈을 잃어가고, 삶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 암담한 현실을 심층 취재했다.
8일 ‘대기업과 중소기업-동반성장의 조건’에선 대기업이 누리는 ‘아랫목 경기’의 온기가 중소기업의 ‘윗목 경기’로 퍼지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하며,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단기수익만을 노리는 금융권의 문제 등 양극화 현장을 공개했다. 9일 ‘56%의 눈물-비정규직 노동자’편에선 사회적 안전망과 제도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임금과 불안한 고용, 차별에 신음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3일 동안 9시간에 걸쳐 해법을 모색하는 대토론회도 열렸다. 토론회에선 노동계·기업·정치권·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나온 패널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양극화를 분석했으나, 일부 토론자들은 자신들만의 생각과 이데올로기를 일방적으로 주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용호 책임 피디는 “7명의 피디가 투입돼 꼬박 두 달에 걸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양극화 문제가 사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점차 구조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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