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배우와 제작자. 왼쪽부터 폴 선형 리(아빠), 진 윤(엄마), 앤드리아 방(딸 재닛), 제작자 이반 피산. 서울드라마어워즈 제공
“단지 이민자뿐 아니라 보편적인 가족이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전세계 시청자들의 사랑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제작자와 배우들이 자체 분석한 인기 비결이다. 서울드라마어워즈에 초청돼 한국을 찾은 ‘김씨네’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씨네 편의점>은 2016년 캐나다 공영방송 <시비시>(C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시트콤이다.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김씨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즌 1 방송부터 큰 인기를 얻은 덕에 후속 시즌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부터 시즌 3가 방영되고 있으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제작을 마친 시즌 4는 내년 4월 넷플릭스로 공개할 예정이며, 시즌 5 제작도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김씨네 편의점>은 같은 제목의 연극이 원작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인스 최(한국 이름 최인섭)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 대본을 쓴 연극이 히트하자 이를 티브이 시트콤으로 제작한 것이다. 제작자 이반 피산은 “나도 이민자의 자녀로서 연극을 보고 크게 공감했다. 가족 간 사랑과 분쟁은 어느 한 민족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겪는 것이다. 인스 최가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잘 표현했고, 그걸 티브이로 전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김씨네 편의점> 주요 배역은 한국계 배우들이 맡았다. 아시아 배우가 서구 공영방송에서 주연을 맡는 건 드문 일이다. 캐나다 동포 2세인 폴 선형 리(아빠 역)는 “처음 연극 대본을 봤을 때 ‘내가 평생 동안 엄마·아빠를 이해하려던 게 여기 있구나.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극에 이어 티브이 쇼까지 제작되면서 큰 기회를 얻었다. 다음 세대 동포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표현하라’는 영감을 주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 윤(엄마 역)은 “아시아 배우로서 이전에는 보조적인 역을 주로 맡았는데, <김씨네 편의점>을 통해 개인의 삶과 감정이 있는 캐릭터를 맡아 기뻤다. 이를 통해 이민자 1세인 어머니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이해하게 됐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나 스스로의 정체성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단지 이민 1세대 이야기뿐 아니라 세대차이 등 보편적 공감대 지녀”
<김씨네 편의점>은 이민자 부모와 자식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 또한 주요하게 다룬다. 이반 피산은 “나이가 있는 세대는 지역적인 것을 중시하고 어린 세대는 세계적 공감대를 지닌다. 이런 차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분쟁을 재밌게 표현한 데 대해 이민자뿐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 재닛 역을 맡은 앤드리아 방은 “연기하면서 세대차이 에피소드에 가장 많이 공감한다. 폴(아빠)과 함께 연기할 때 실제로 내 어머니·아버지와 겪었던 짜증나는 감정을 발산한다”고 전했다.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는 서구 주요 방송이 한국계 이민자 가족을 다룬 점에 대해 “전통적인 가족 시트콤에 대한 수요는 늘 있지만, 백인 사회는 갈수록 가족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는 흐름이라 시트콤 배경으로 어색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 문화를 지닌 이민자 가족을 다룬 <김씨네 편의점>이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