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단한 유혹 (밤12시30분)=소박한 섬 사람들의 능청스럽고 익살스런 사기극 한판. 하지만 영화는 인간의 실존적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일자리’ 또는 ‘노동’에 관한 사회적 메시지를 슬쩍 은유한다. 그런 점에서 <풀 몬티> <빌리 엘리어트> 따위와 본치가 닮아 있고, 영화의 감성은 대단히 북유럽적. 캐나다 퀘벡의 작은 섬, 생 마리아. 한때 고기잡이로 풍요로웠으나 지금은 헐거운 사회 복지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120여명의 주민이 남아 있다. 마을의 숙원은 공장을 유치하는 일. 단 기본 조건이 이 마을엔 없었던 의사를 상주시켜야 한다. 때마침 섬을 찾은 의사 루이스를 사로 잡기 위해 마을은 온갖 수작을 부린다. 도청은 기본, 그가 낚시할 때 직접 물 속에서 대어를 물려주는 등 갖가지 행운을 선물로 안겨 준다. 루이스가 섬의 마력에 빠져들 즈음, 사기였음도 알게 된다. “아침에 눈 떠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섬 사람들에겐 페이소스까지 느껴지지만 그것을 웃음으로 건져내며 삶의 새 돌파구를 마련해가는 장 프라소아 풀리오 신인 감독의 시선이나 섬 사람들의 억척스러움은 새해 충분히 살갑다. 2004년 개봉. 전체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