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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유튜브 착한 콘텐츠 ‘문과 1등 이과 1등’…웃다 보면 성적이 오른다?

등록 2020-02-16 13:20수정 2020-02-19 10:39

지각해도 안 혼나는 꿀팁?
문과 1등 김성기는 ‘링컨 명언’읊고
이과 1등 신흥재는 ‘시간·속력’ 계산
학교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 설정에
재미와 교육 영리하게 접목시켜

‘웃찾사’ 코너 중 하나였던 ‘문과이과’
프로그램 종영에 사라질뻔했지만
제약없는 SNS 속 콘텐츠로 살려내

선한 영향력 주는 인플루언서
어른이 둘이 초등학생 눈높이 맞춰
‘초딩 정서’ 파악부터 공부도 열심
어린이들 직접 만나며 발품도 팔아

“자극적인 영상의 유혹도 있지만
순수한 아이들 응원에 책임감 생겨
잘 하는 게 한 가지만 있어도 1등
돈보단 아이들 위한 일 하고 싶어요”
재미와 정보를 적절히 접목한 <문과 1등 이과 1등>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유튜브에서 착한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이 콘텐츠를 만드는 ‘1등 미디어'팀 신흥재(왼쪽)와 김성기를 13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재미와 정보를 적절히 접목한 <문과 1등 이과 1등>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유튜브에서 착한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이 콘텐츠를 만드는 ‘1등 미디어'팀 신흥재(왼쪽)와 김성기를 13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각하고도 선생님께 혼나지 않는 꿀팁은 뭘까. ‘문과 1등’은 링컨의 명언을 인용한다. “진실은 중상모략에 대한 가장 좋은 변호라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어.” ‘이과 1등’은 수학적 논리로 대책을 세운다. “사람이 눈을 깜빡일 때 걸리는 시간은 0.4초. 선생님이 습관적으로 발가락을 만지는 시간은 3초. 이때를 노려야 해. 사람이 어딘가에 집중하면 청각 능력이 떨어져. 교문까지 거리는 100m. 달릴수록 가속도가 붙으니 80m 전에 뛰면 더 효과적이지.” 학창 시절 누구나 직면했을 재미있는 상황을 이과와 문과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신선하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유튜브 <문과 1등 이과 1등>의 한회 내용이다. 극중 고등학생인 ‘문과 1등’(김성기)과 ‘이과 1등’(신흥재)이 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다양한 상황을 교육적으로 해석해 재미와 웃음을 전한다. 점보 라면을 먹으러 가서는 “시각효과”를 말하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는 “혼자 있고 싶다”는 이야기를 ‘훈트 규칙’에 빗대어 설명하는 식이다. “한 오비탈에 전자 2개가 동시에 들어가면 전자들 사이에 반발이 거세져서 불안정해져. 즉 혼자 있고 싶어!” 재미와 교육을 영리하게 접목해서인지 15일 현재 구독자 수가 62만명에 이른다. 만화책도 내는 등 ‘초통령’이 됐다. “초통령을 넘어선 초딩의 신”이라고 불리는 유튜버 <흔한남매>(162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착한 콘텐츠로 눈길을 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가 주최한 ‘세상을 바꾸는 인플루언서 어워드’ 본상도 받았다.

<문과 1등 이과 1등> 에피소드들. 프로그램 갈무리
<문과 1등 이과 1등> 에피소드들. 프로그램 갈무리
“착한 콘텐츠로 상을 받다니 얼떨떨해요. 교육적인 내용을 담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신흥재)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문과 1등 이과 1등>을 만드는 ‘1등 미디어’ 팀은 “본의 아니게 착한 콘텐츠로 인정받았으니 쭉 착하게 살아야겠다”며 웃었다. 그들은 유튜브 속 모습 그대로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냥 느낌이 딱 문과생, 딱 이과생이다. 문과 1등은 문학적 감성이 뿜어나고, 이과 1등은 큰 눈을 부릅뜨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하하. 우리도 그랬어요. 둘 다 이과를 나왔는데 그냥 이유 없이 넌 문과, 넌 이과라고 딱 나눴죠. 실제 성격도 문과적이긴 해요. 평소에도 명언을 막 이야기하거든요.”(김성기)

사실 이 콘텐츠는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의 한 꼭지인 ‘문과이과’로 먼저 선보였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7년,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면서 함께 사라질 뻔했다. 당시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좋았던 터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보자는 판단으로 부지런히 찍고 올렸다. 2017년 7월부터 유튜브에서 시작했는데 1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티브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원하는 대로 만드니 반응이 더 좋았다. “편집 1등을 섭외한 것도 효과를 봤어요. 편집 1등이 자막도 재미있게 넣고, 편집도 감각적으로 해주면서 더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신흥재) 문과 1등, 이과 1등도 모자라 편집 1등이라니. “잘하는 게 한가지씩 있으면 다 1등 아닐까요. 우리 모두가 1등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김성기) 흔히 말하는 ‘꼴찌’에게 이들은 ‘뒤에서 1등’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정보 1등’ ‘축구 1등’ 등 콘텐츠에 등장하는 모두가 1등이다.

주요 타깃은 11~15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등학생을 웃기는 것도 모자라 교육적인 내용까지 접목해야 하니 드는 노력은 갑절 이상이다. 미혼 남자 ‘어른이’들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심리를 꿰뚫는 것부터 숙제였다. “문과 이과 정보는 검색해서 열심히 찾아요.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초등학생의 정서를 파악하는 거였어요.”(신흥재) 그래서 초등학생들을 만나 웃음 포인트를 파악하는 등 열심히 발품도 팔았다. “우리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지점에서 웃더라고요. 특히 ‘이그젝틀리’라는 문과 1등의 한마디에서 빵 터지더군요. 그 말을 자주 활용해 이젠 유행어가 됐죠.”(김성기) 교육적 콘텐츠를 내세우니 공부도 게을리할 수 없다. 매 회 등장하면서 부르는 인사부터가 남다르지 않나. 문과 1등은 ‘청산별곡’의 한 대목을 노래처럼 흥얼거린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이과 1등은 금속의 반응성 순서표와 주기율표를 합친 랩을 한다. “칼카나마 알아철니~ 수헬리베 붕탄질산~♬” “다 큰 어른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니 집주인이 이상하게 봤다”는데 ‘외부의 시선’에 굴하지 않는 뚝심도 이 자리까지 오게 한 비결일까.

김혜윤 기자
김혜윤 기자
최근까지 이들은 교육과 재미 사이의 균형을 고민했다. 유튜브가 초등학생의 주요 미디어가 되면서 그들을 겨냥한 콘텐츠가 쏟아졌다. 조회수 경쟁이 몇년 사이 부쩍 심해졌다. <문과 1등 이과 1등>은 교육적인 콘텐츠를 내세우는 한계 때문에 구독자 수 증가가 정체 상태다. 1주일에 세번을 업로드하려니 소재도 점점 떨어져간다. “너무 비교육적이다 싶은 건 하지 않아요.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하면 우리 영상이 재미없죠. 하지만 100만 달성을 위해 조금 더 자극적인 걸 해볼까 고민도 했어요.”(신흥재) 하지만 응원해주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욕심을 버리게 됐다. “집에 찾아와 벨을 누르기도 하고, 우리를 만나러 지방에서 찾아오기도 해요. 순수한 아이들의 응원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책임감이 생겨요. ‘돈에 욕심내지 말고 착한 콘텐츠를 만들자’고.”(김성기)

개그를 하려고 11년간 극단 생활을 하는 등 절실했던 경험 때문에 콘텐츠의 소중함을 잘 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하고 싶은 일을 못 했을 수도 있다. “꼭지를 짜고 피디한테 검사 맡고 녹화를 하고 티브이에 나가는 모든 과정이 경쟁의 연속이었고, 티브이에 나간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어요.”(김성기) 가장 힘들 때 <문과 1등 이과 1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경제적 안정을 찾고 꿈도 계속 꿀 수 있게 됐다. 티브이에서 ‘어른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박수를 쳐준 ‘아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커졌다. 그래서 이들의 꿈은 여느 유튜버와는 다르다. “회사를 차리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보단 더 잘돼서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 나란히 교복 차림에 가방을 메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나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착한 어린이 같다. <문과 1등 이과 1등>은 이미 1등이 아닐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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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흔한남매>. 프로그램 갈무리
유튜브 <흔한남매>. 프로그램 갈무리
■ 흔한남매,엔조이커플…TV가 몰라준 그들 유튜브서 ‘초통령’ 되다

개그 프로 녹화 땐 피디 검사 필수…재미 요소·대사 요구대로 가감해야

무명 개그맨들 ‘구독자 100만’ 스타로…창작 자유의 보장이 성공에 한 몫

1등 미디어의 성공은 티브이 개그 프로그램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들이 유튜브에서 선보이고 있는 <문과 1등 이과 1등>은 이미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방영됐던 콘텐츠다. 티브이 개그 프로그램은 개그맨들이 아이디어를 짜면 이를 피디·작가가 검사한다. 그 검사를 통과해야 녹화를 할 수 있다. 제작진이 재미없다는 부분은 빼고 넣으라는 대사는 넣기도 한다. 그게 꼭지를 더 풍부하게도 하지만 때론 재미 요소를 반감시킨다. <문과 1등 이과 1등>은 후자였던 셈이다.

티브이가 몰라준 이들이 유튜브에서 진가를 발휘한 경우는 또 있다. ‘흔한남매’로 활동하는 장다운·한으뜸은 2013년 <에스비에스>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티브이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흔한남매’를 선보였지만 화제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2017~2018년부터 유튜브에서 <흔한남매> 채널을 만든 뒤 ‘대박’이 났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사인회도 연다. 초등학생이 흔히 겪는, 남매 사이의 투닥투닥하는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유튜브에서 날개를 단 것이다.

2014년 <코미디 빅리그>와 2015년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각각 데뷔한 손민수와 임라라도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로 ‘무명 개그맨의 반란’을 일으켰다. 채널 개설 2년 만에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티브이에서 선보인 소재는 아니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은다. 주로 연인인 두 사람이 장난치는 모습을 담는다. ‘게임 하는 남친 모니터 끄기’ 등 황당하지만 공감 가는 아이디어가 관심을 끈 것이다. 1등 미디어 신흥재는 “평생 스토리 짜는 걸 업으로 해온 개그맨이기 때문에 매주 짧은 콘텐츠를 올리는 게 익숙하다. 유튜브가 이제 개그맨들의 무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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