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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잠든 안방 솔직? 깨워달라니 뻔뻔!

등록 2006-01-10 18:19수정 2006-01-10 18:28

MBC ‘깨워줘서 고마워요’
문화방송 〈강력추천 토요일〉의 ‘깨워줘서 고마워요’는 참 진솔하다. 기획의도부터 그렇다. ‘24시간 바쁜 대한민국 인기스타의 집에 기습! 하루의 스케줄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도록 잠을 깨워주는 기분 좋은 아침 만들기 프로젝트’이며 ‘스타의 꾸밈없는 모습을 공개해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른바 ‘스타’들의 모습은 더욱 솔직하다. 이른 아침 어떻게 문을 열었는지, 박경림과 카메라가 ‘더블에스501’의 숙소에 들자 기다렸다는 듯 그들은 헝클어진 머리로 단잠에 빠져 있다. 이들의 얼굴을 친절히 클로즈업하는 카메라는 잠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 안방 모습은 이보다 더한 연예인 신변잡기가 없을 만큼 적나라하다. “국내 최초로 현중군의 수염이 나고 있는” 놀라운 모습까지 담아내는 카메라라니, 자연 다큐가 오락과 손을 맞잡았나 보다. 역시 스타들의 자는 모습은 ‘일반인’과 다르다. “새벽 늦도록 바쁜 스케줄에 쫓겨” 제대로 씻지도 쉬지도 숙면을 취하지도 못했지만, ‘별’들의 얼굴은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잠옷은 정갈하다.

솔직함은 기존의 정통 연예인 신변잡기 프로그램을 넘어선다. 최고봉인 에스비에스 〈야심만만〉도 그럴듯한 기획의도는 있다. “4800만 한국인 가운데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음직한 속마음을 전 국민과 연예인이 함께 이야기해 본다”는 것. 속이야 ‘연예인’으로 차 있을지언정, ‘한국인’과 ‘국민’으로 포장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잊지 않았다. ‘깨워줘서 고마워요’는 여기서 몇걸음 더 나아갔다. 연예인의 안방을 직접 시청자들의 안방과 연결시킨다. 한단계 진화한 듯 보이지만 실제 방향은 거꾸로다. 심각한 퇴보다.

기존 토크쇼는 그나마 시청자들에게 봉사했다. 그들이 털어놓을 만한 사생활을 티브이 앞에서 까발리면서 시청자들을 웃겼다. 내용이야 어쨌든, 쇼의 결과가 시청자들의 소외였던들, 그들이 내세운 봉사의 방향은 전파의 주인인 시청자였다. 그러나 ‘깨워줘서 고마워’는 거꾸로다. 깨워주는 이는 비싼 전파를 타고 나타난 문화방송의 대리인 박경림이다. “24시간 스케줄을 맞추느라 바쁘기만 한” 인기 스타들이 다음날 역시 바쁜 스케줄을 잘 이어가라고 서비스한다는 거다. 시청자들의 아이디어까지 모은다. “내가 낸 아이디어로 국내 최고 인기스타들을 기분좋게 깨워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선전·포장하며 “잠을 깨워주는 아이디어를 (인터넷 게시판에서) 모집한다.” 대중에 봉사해야 할 스타들의 늦잠까지 대중이 나서서 깨워달라는 말인데, 이를 방송의 사유화라 한다면 지나친 걸까? 바로 여기에서 ‘깨워줘서 고마워’의 솔직함은 ‘낯 두꺼움’ 혹은 ‘뻔뻔함’으로 제 얼굴을 드러낸다. 설혹 스타들이 군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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