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웹 예능 <가짜사나이> 장면. 유튜브 갈무리
제대로 터졌다. 유튜브 웹 예능 <가짜사나이>가 한달 만에 누적 조회수 4천만건을 훌쩍 넘겼다. 언론들이 앞다퉈 인기와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출연했던 교관의 일거수일투족을 연예인 소식 전하듯 중계한다.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가짜사나이>는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민간군사기업 ‘무사트’와 손잡고 기획·제작한 웹 예능이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인 피지컬갤러리 유튜버 김계란이 게임·먹방 유튜버 공혁준의 게으름을 지적하며 “넌 유디티 훈련을 좀 받아야 한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한 데서 출발했다. 결국 공혁준 등 6명의 유튜버·스트리머(게임 위주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사람)가 무사트 특수훈련을 받게 됐고, 이를 담은 7개의 영상이 지난달 잇따라 공개됐다.
‘가짜사나이’라는 제목은 과거 <문화방송>(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한 것이다. <진짜사나이>는 연예인들이 군부대에서 훈련받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인기를 끌었다. <가짜사나이>는 ‘<진짜사나이>는 진짜가 아니다. 가짜인 우리가 더 진짜처럼 하겠다’는 의도를 대놓고 드러낸다.
그들이 말하는 ‘진짜’는 ‘진짜 괴롭고 힘든 얼차려와 훈련’이다. 체력과 의지가 약한 일반인을 전문가도 견디기 힘든 극한 상황에 내몰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전시한다. 시작하자마자 원산폭격 같은 얼차려를 시키고 물과 진흙탕에서 마구 굴린다. 너무 힘든 나머지 구토까지 하는 참가자에게 “이 ×× 뭐야?”라고 욕설을 하고,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신음을 내면 “야동 배우야?”라고 조롱 섞인 다그침을 날린다. 인성과 이기주의 운운하며 참가자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 과거 군 복무 시절을 추억할 수도 있겠지만,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찜찜함이 남는다. 여전히 부조리함이 판치는 군복무 시절이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경험으로 기억될 리는 없다. 영상을 볼 때마다 참가자가 느낄 고통과 굴욕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이른 타인의 고통을 ‘재미’로 포장하는 것이 불편했다. 참가자들은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겪을 정도로 악플과 경쟁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모를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독한 훈련으로 멘탈을 강화한다고 나아질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날것의 매력을 앞세우는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이라 할 수도 있다. 불편하면 안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방송국들도 여기에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다는 거다. <한국방송>(KBS)과 <교육방송>(EBS) 유튜브 채널은 <가짜사나이>에 나온 훈련대장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한 유튜브 방송을 편집해 올렸다. <제이티비시>(JTBC) 예능 <장르만 코미디>에 이근 대위가 출연해 개그맨들을 훈련하기도 했다. 유사 <가짜사나이>는 더 많이 퍼질 것이다. 이를 두고 군사독재정권 시절 학생들에게까지 군인정신을 강요한 병영사회의 악몽을 떠올리는 건 나뿐일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