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어떤 고을의 수령을 지내는 이가 윤기(尹愭, 1741~1826)를 찾아왔다. 그해는 농사형편이 지난해에 비해 약간 좋았던 모양이다. 윤기가 말을 꺼냈다. “올해는 약간 풍년이 들었으니, 백성들 걱정은 좀 덜해도 되겠군요.” 그런데 그 수령의 말이 딴판이다. “어느 겨를에 백성을 걱정한단 말입니까? 그저 관아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