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남정임의 60년대 흥행 기획영화
십오야(교 밤 11시30분)=임권택 감독의 1969년 작품이다. 출연진이 우선 화려하다. 가수 남진과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가운데 한 명이었던 남정임, 박노식과 이낙훈이 열연한다. 이렇듯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데다, 드물게 액션과 사극의 대중성을 버무리고 복수와 혈연을 이야기의 축으로 삼은, 말하자면 요즘의 흥행 기획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두드러진다.
반정을 꾀하는 현감 박만도(박노식)는 김병사(이낙훈)의 가족을 모두 죽인다. 아들이 없던 박만도의 처는 이때를 노려 제 딸(남정임)을 버리고서 김병사의 아들(남진)을 데려다가 키운다. 기구하게 엇갈린 운명의 시작이다. 고관집의 아들로서 훌륭한 무사가 된 김병사의 아들과, 가난하지만 마음 따뜻한 노파의 구듭으로 또한 빼어난 무사가 된 박만도의 딸. 딸은 제 아버지와 싸워야 하고 제 어머니를 죽여야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결국 박만도를 일벌백계하는 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암행어사. 극의 전개는 이처럼 ‘클래식’하지만, 남진과 남정임의 매력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체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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