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블록버스터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탐정 추리극으로의 진화인가, 혁신이 되지 못한 변주인가.
1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액션 블록버스터 <더 배트맨>은 기존 디시(DC) 유니버스 영화와는 좀 다르다. 판타지적이거나 거대한 액션 스케일에 치중하기보다는 탐정물의 문법 속에 2년차 배트맨의 성장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핼러윈데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고담 시장 후보가 무참히 살해된다. 고든(제프리 라이트) 경위의 도움으로 살인 현장을 둘러본 배트맨(로버트 패틴슨)은 그곳에서 살인범(폴 다노)에 관한 단서를 발견한다. 배트맨이 사건을 추적하는 동안에도 살인범은 부패의 카르텔인 정치인·검사·경찰들을 잇따라 살해하며 배트맨에게 편지를 남겨놓는다. 배트맨은 범인을 검거하지만 고담시는 거대한 테러에 직면한다.
액션 블록버스터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더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한 지 2년차 되는 시점의 이야기로, 배트맨이 연쇄살인범 리들러가 던진 단서를 풀어가며 탐정으로 활약하는 범죄수사극의 형식을 띤다. <혹성탈출> 트릴로지(3부작)로 유명한 맷 리브스 감독은 “배트맨은 원래 탐정이었다. 배트맨의 탄생 기원이 아닌, 더 나아지기 위해서 자신을 밀어붙이는 젊은 배트맨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영화가 ‘추리극+성장물’에 방점을 찍으면서 기존 ‘배트맨’ 시리즈에서 선보인 크고 육중한 배트모빌과 최첨단 슈트는 축소되거나 현실화됐고, 영화 중반부의 카체이싱 장면도 그다지 새롭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법하다.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씨지브이(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리브스 감독은 “(기존) 배트맨은 시설과 장비를 비롯해 자기 자신까지 모든 통제가 완벽한 인물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성장의 여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했다.
액션 블록버스터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버트 패틴슨은 놀런 감독으로부터 받은 조언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놀런 감독님과 <테넷>을 촬영하던 중 <더 배트맨> 캐스팅 제안을 받고 출연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감독님이 실용적인 조언을 해줬다”며 “‘(촬영 중에) 망토를 움직이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감독님 말이 맞았다. 어려웠다. 촬영과 관련된 기술적인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인 에스에프(SF) 영화 출연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봉 감독님과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는 짧은 소감도 남겼다.
액션 블록버스터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76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주연배우들 외에 집사 알프레드 역의 앤디 서키스, 마피아 두목 팔코네 역의 존 터투로 등 스타급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로 뒷받침된다. 특히 악당 펭귄 역의 콜린 패럴은 원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둔갑술’이라 할 만하다. 그가 펭귄 분장을 한 첫날 시험 삼아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들렀더니 아무도 못 알아봤다고 한다. 봉 감독의 <옥자>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폴 다노는, 어두운 에너지로 충만한 역할에 몰입하려고 밤을 새운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연기한 리들러는 <배트맨 포에버>에서 짐 캐리가 연기한 엉뚱하고 코믹한 리들러와는 정반대 캐릭터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