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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한·일 청춘, 그들의 오늘은 ‘쿨’ 하다

등록 2006-02-22 21:48

‘공항남녀’
‘공항남녀’
영화 ‘눈부신하루’

<눈부신 하루>는 30분 안팎의 중편 세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지난해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영화이지만, 세 작품을 하나의 주제로 관통하려는 게 사실 쓸모없는 짓 같다.

굳이 꼽자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어슴푸레한 교착이 저마다 극을 전개하는 표면적 계기가 된다는 점인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이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일의 만남은 강북과 강남의 것만큼도 낯설지 않고, 감정만으로 ‘발끈’하지도 않는다.

물론 이게 한일 사이의 문제들이 봉인됐음을 뜻하진 않지만, <눈부신 하루>는 한일이 오가며 만나는 어떤 ‘오늘’들을 무념하게 비출 뿐이다. 그래서 상대는 한일이어도, 아니어도 좋다. 다만, 세편의 주인공은 모두 20대의 청춘들로 돌이킬 과거보다 내다볼 미래가 더 길고 많은 이들이다.

‘보물섬’
‘보물섬’

<보물섬>은 이런 기획 의도와 재미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다. 일본인 미에(모리 유키에)는 할아버지의 유품을 찾아 제주도 한림으로 온다. 친구 에이코(서영화)가 마냥 즐거운 여행인 양 들떠 예까지 따라나섰다. 하지만 미에에겐 일제시대 제주도에서 한때를 보냈던 할아버지가 ‘보물’이라고 칭한 유품을 찾아 떠나온 고된 길, “한림의 붉은 나무 아래 (있다)”라는 정보 하나만 있다.

철없어 보일 만큼 명랑한 에이코와 시종 무거운 미에는 참 대조적이다. 그렇게 제주도 시내에서 환전 사기를 당하고, “당신들에게 잘못한 게 없으니 보내달라”는 여인들의 가녀린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는 동네 불량배도 만난다. 하루가 한 달처럼 느껴질 만큼 수모와 낭패가 이어지며, 마침내 하루 해도 저물기 시작한다.

사기는 믿은 자로부터 당하고, 피해 또한 피해준 바 없는 이로부터 받게 마련인가. 이들을 한일 관계에 대한 작은 은유로 보든 말든 중요하진 않다. 위기를 모면해 볼 수 있을까하는 심정에 불량배들 앞에서 에이코는 대뜸 자신이 재일동포라는 사실을 밝힌다. 오랜 친구가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에이코를 버리고 가지만, 미에 역시 자신을 쏙 빼닮은 조선 여인과 함께 찍은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이 그의 ‘보물’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듯 <보물섬>은 차별은 물론 차이조차 초라하고 위선적인 선입견에 의한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단편 <아이 디 아이>와 <홈 비디오>, 유지태 주연의 <거울 속으로>로 장편 데뷔하며 주목 받았던 김성호 감독의 작품이다.


‘엄마 찾아 삼만리’
‘엄마 찾아 삼만리’


<엄마 찾아 삼만리>(김종관 감독)와 민동현 감독의 <공항남녀>는 굳이 ‘일본’이 언급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가난한 아버지와 서울에 지친 채 엄마가 있다는 일본으로 가기 위해 아등바등 돈을 모으는 고교생 종환(김동영·<엄마 찾아 삼만리>)과, 비행기와 버스를 놓치면서 우연히 하루를 공항에서 보내게 된 일본인 이시다(시오다 사다하루)와 공항 서점 직원 오고니(이소연)에게는 국적, 나라 따위가 무의미하다.

그동안 대다수의 한국인이 일본을 만났던 모습과는 다른, 그래서 한 구석이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희망적인 젊은이들의 새 조우 방식이다. <눈부신 하루>는 쿨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아닌, 이미 쿨해지고 있는 오늘을 관망한 것이다. 사람보다 나라를 앞세우는 이만 이를 모른다. 영화가 철저하게 개인과 개인의 만남, 사연을 부각한 이유일 것이다. 23일 개봉.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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