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남녀’
영화 ‘눈부신하루’
<눈부신 하루>는 30분 안팎의 중편 세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지난해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영화이지만, 세 작품을 하나의 주제로 관통하려는 게 사실 쓸모없는 짓 같다. 굳이 꼽자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어슴푸레한 교착이 저마다 극을 전개하는 표면적 계기가 된다는 점인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이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일의 만남은 강북과 강남의 것만큼도 낯설지 않고, 감정만으로 ‘발끈’하지도 않는다. 물론 이게 한일 사이의 문제들이 봉인됐음을 뜻하진 않지만, <눈부신 하루>는 한일이 오가며 만나는 어떤 ‘오늘’들을 무념하게 비출 뿐이다. 그래서 상대는 한일이어도, 아니어도 좋다. 다만, 세편의 주인공은 모두 20대의 청춘들로 돌이킬 과거보다 내다볼 미래가 더 길고 많은 이들이다.
‘보물섬’
‘엄마 찾아 삼만리’
<엄마 찾아 삼만리>(김종관 감독)와 민동현 감독의 <공항남녀>는 굳이 ‘일본’이 언급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가난한 아버지와 서울에 지친 채 엄마가 있다는 일본으로 가기 위해 아등바등 돈을 모으는 고교생 종환(김동영·<엄마 찾아 삼만리>)과, 비행기와 버스를 놓치면서 우연히 하루를 공항에서 보내게 된 일본인 이시다(시오다 사다하루)와 공항 서점 직원 오고니(이소연)에게는 국적, 나라 따위가 무의미하다. 그동안 대다수의 한국인이 일본을 만났던 모습과는 다른, 그래서 한 구석이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희망적인 젊은이들의 새 조우 방식이다. <눈부신 하루>는 쿨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아닌, 이미 쿨해지고 있는 오늘을 관망한 것이다. 사람보다 나라를 앞세우는 이만 이를 모른다. 영화가 철저하게 개인과 개인의 만남, 사연을 부각한 이유일 것이다. 23일 개봉.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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