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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비행기 테러범 일찍 제압했는데, 이 공포감은 뭐지?

등록 2022-07-28 08:00수정 2022-07-28 09:38

한재림 감독 영화 ‘비상선언’ 8월3일 개봉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돌고 돌고 돌아 마침내 우리 앞에 착륙했다. 지난해 7월 열린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영화 <비상선언>이 1년여 만인 새달 3일 개봉한다. 당시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완벽한 장르영화의 탄생”이라고 극찬한 항공재난영화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실제 재난의 긴 터널을 지나 기어이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등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인정받은 한재림 감독은 이번에 항공재난이라는 흔하다면 흔한 소재를 뽑아 들었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는 살짝 결이 다르다. 보통 항공기를 납치한 테러범에 맞서는 액션에 집중하는 블록버스터와 달리, <비상선언>은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한재림 감독의 신작 &lt;비상선언&gt;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영화는 공항에서 시작한다. 어딘지 수상한 사내 진석(임시완)은 뚜렷한 행선지 없이 그저 승객 많은 비행기 표를 끊으려 한다. 진석은 공항 화장실에서 자신의 몸 안에 뭔가를 숨기던 중 한 꼬마가 훔쳐봤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꼬마와 그의 아버지 재혁(이병헌)이 탑승할 하와이행 항공편명을 알아낸 진석은 같은 비행기에 오른다. 한편, 항공기 테러 예고 영상을 제보받고 수사에 들어간 형사 인호(송강호)는 아내가 탄 비행기에 용의자가 탔다는 사실을 알고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암시한다. 반듯한 이미지의 임시완이 연기한 진석은 단정한 차림으로 나긋나긋 얘기하는데도 섬뜩한 기운을 풍긴다. 진석이 탄 비행기 안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승객들은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여느 블록버스터라면 주인공이 범인을 찾아내 대결을 펼치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일 텐데, 이 영화에선 테러범이 비교적 초중반에 제압당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밀폐된 공간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위험과 공포 속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부기장 현수(김남길)는 ‘비상선언’을 결정한다.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해진 항공기가 어느 곳이든 조건 없는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다.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사태 해결을 위해 직을 걸고 책임을 다한다.

한재림 감독의 신작 &lt;비상선언&gt;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한 감독은 지난 25일 언론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재난영화이지만, 관객들이 (오락물 성격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보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피사체와 멀리 떨어져 망원렌즈로 촬영함으로써 인물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한 점이나, 시종일관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을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 감독은 또 관객들이 ‘관람’이 아니라 실제 상황처럼 생생하게 ‘체험’하길 바랐다. 비행기 객실이 롤러코스터나 ‘다람쥐통’ 놀이기구처럼 360도 회전하는 바람에 승객과 승무원들이 대혼란에 빠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실제로 360도 회전하는 비행기 짐벌 세트를 만들고 배우들은 물론 카메라감독까지 태워 촬영했다.

한재림 감독의 신작 &lt;비상선언&gt;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액션에 집중하는 여느 항공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재난 본연의 속성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행동 변화에 방점을 둔다. 쇼박스 제공

스펙터클한 영상보다 눈여겨볼 지점은 재난에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누군가는 이기적으로, 누군가는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비행기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위험 요소를 안은 비행기의 착륙 문제를 두고 사람들은 찬반으로 갈려 분열한다.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 팬데믹 등 실제 재난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있다. 다만 한 감독은 “10년 전 영화를 기획했을 땐 (영화 보며 떠올릴 만한) 실제 재난이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며 “특정 재난을 떠올리기보다 재난 자체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더 큰 함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엔딩도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착륙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의 차원을 넘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재난 이후 남은 이들의 삶은 어떠하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곱씹게 한다.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두려워하고 나약해지며 남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같은 재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소수의) 위대한 희생보다 (모두의) 사소한 인간성 회복 덕분이다. 영화를 통해 그 점을 전하고 싶었다”는 한 감독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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