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개막식 참석 배우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보인다.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축소 운영됐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열흘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렸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모든 좌석을 개방해 진행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공식 초청작 71개국 243편을 포함해 총 354편이 상영된다.
이날 오후 6시 배우 전여빈과 류준열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빈자리 없이 꽉 차 이번 영화제에 다시 불 지펴진 열기를 보여줬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개막식 매진 열기가 반영하듯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진행됐던) 지난 두 해보다 관객 참여가 높은 회복률을 보일 것”이라며 “아직 극장에 가는 걸 망설이는 관객들이 조금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2019년 관객 수(18만9110명) 기준으로 80~90%까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량차오웨이(양조위)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식에서는 이란 영화감독 하디 모하게흐(43)의 <바람의 향기>가 상영되면서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2013년 <바르두>로 영화계에 데뷔한 모하게흐는 부산이 발굴하고 키운 감독이다. 2015년 두번째 연출작 <아야즈의 통곡>이 부산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됐고 뉴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모하게흐 감독은 이날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란 영화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에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란의 예술영화가 숨쉴 수 있도록 자유를 준 영화제”라고 말했다. 영화산업이 자생력을 갖지 못하는 아시아 다수 국가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끼치는 영향력과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그는 영화제의 추억과 관련해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많지만 그중 첫번째는 미스터 김(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이라며 김 프로그래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허문영 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과 개막작 <바람의 향기>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가운데)이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배우 김규리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의 향기>에서 모하게흐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주연 배우로도 참여했다. 영화에서 또 다른 주인공 남성은 척박하고 외로운 마을에서 하반신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전신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운다. 감독이 연기하는 전력기술자는 전기가 나간 장애 남성의 집에 수리하러 왔다가 아픈 아이와 아버지를 위해 조용히, 그러나 사력을 다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이란 남부 지역 데다슈트에서 촬영한 영화는 이란 거장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들처럼 궁핍하고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란의 자연을 포착한다. 감독은 “영화에서 자연과 인간의 고통이 느껴지지만 그 고통 안에서 피어나는 내면의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모하게흐 감독뿐 아니라 부산을 찾는 영화인들이 그리워하는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기리는 섹션이 올해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다. 장편 영화 3편 이상을 만든 감독들의 신작 8편이 공개되며 최우수작 두 편에 지석상이 수여된다.
대중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려는 영화제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지난해 처음으로 3편을 선보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섹션 ‘온스크린’을 대폭 넓혀 올해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주요 한국 오티티 플랫폼들이 하반기 주요작들을 들고 와 영화제 관객들에게 먼저 선보인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선보였던 ‘동네방네 비프’는 올해 부산시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개최된다. 부산이 자랑하는 랜드마크 17곳을 상영 장소로 정해 영화도 상영하고 주민과 관객, 여행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연다.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무엇보다 영화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들의 부산행 발걸음이 분주하다. 1990년대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한국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고 지난해 마블스튜디오 영화 <샹치와 텐 링즈>로 엠제트(MZ)세대까지 팬덤을 형성한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6편의 대표작과 함께 부산을 찾는다. 량차오웨이는 7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핸드프린팅을 하고 관객들과 만난다. 폐막작 <한 남자>(이시카와 게이 감독)의 주연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단골손님인 일본의 쓰마부키 사토시를 비롯해 타이 최초 천만 영화 <피막> 주연 마리오 마우러, 나타폰 떼미락, 인도 배우 아딜 후세인 등 아시아 인기 배우들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한국 배우로는 한지민·강동원·이영애·한정우가 ‘액터스 하우스’에서 관객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상영작 <브로커>의 송강호·이지은(아이유)과 ‘커뮤니티 비프 마스터톡’ 행사에 참여하는 이병헌 등도 부산 야외무대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부산/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