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나잇 앤 굿럭
“굿 나잇 앤 굿 럭”은 미국 씨비에스의 명앵커였던 에드워드 머로우가 뉴스 다큐멘터리 ‘씨 잇 나우(SEE IT NOW)’ 방송 말미에 사용했던 마감 인삿말이다. 이를 그대로 제목으로 딴 <굿 나잇 앤 굿 럭>(감독 조지 클루니)은 에드워드 머로우와 그의 뉴스팀이 매카시즘의 장본인인 조셉 맥카시 의원에 맞서면서 벙어리 같았던 미국사회에 말문을 터준 과정을 담은 영화다. 1950년대 언론 진실찾기 실화
우로 가는 미국에 보내는 경종 1950년 2월 매카시 의원은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이후 4년 동안 미국 전체를 극단적인 레드 콤플렉스로 몰아넣은 매카시즘의 시작이었다. ‘빨갱이’라는 제보만 있으면 제보자가 누가 됐건, 증거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처벌을 받았다. 중국의 공산화를 비롯해 공산주의의 급격한 팽창을 우려했던 미국 사회의 공포가 가져온 결과였고, 정치인과 지식인은 물론 언론마저도 광기에 짓눌려 침묵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했던 일이다. 매카시즘의 폐해가 극단으로 치닫고 매카시 의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 무렵, 에드워드 머로우(데이비드 스트라던)도 드디어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조지 클루니)와 함께 매카시 의원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연다. 증거도 없이 공산주의자 아들로 낙인 찍혀 강제 전역 위기에 몰린 한 공군 장교의 사연을 통해 매카시 의원이 주도하는 비미활동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매카시 의원은 반론보도를 이용해 머로우가 한 때 공산주의자였다는 공격을 퍼붓지만, ‘씨 잇 나우’팀은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해 반매카시즘 보도를 이어간다. 그 뒤 공군 장교는 복직되고, 매카시 의원도 1954년 상원 결의로 정치적 생명을 마감한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미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에드워드 머로우라는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영화다. 하지만 매카시즘에 짓눌린 비이성의 시대에 ‘씨 잇 나우’의 활약상을 통해 언론의 사명을 이야기 하기 위해, 머로우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언론인으로서 그의 업적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1935년부터 1961까지 <씨비에스> 뉴스앵커로 이름을 날렸던 머로우의 활동 가운데서도 매카시와 대적했던 짧은 한 시기만을 다루고 있다. 또 1950년대 영상을 활용한 매카시 의원의 실제 모습과 그 당시 ‘씨 잇 나우’의 뉴스룸의 고뇌와 긴박감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듯 흑백 필름에 담아낸 영상도 <굿 나잇 앤 굿 럭>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물론 매카시 의원의 실각이 마치 머로우와 그 뉴스팀의 전적인 공인 양 묘사한 비장한 영웅주의는 좀 거북하기도 하다. 또 언론인 머로우의 묘사에만 치중하다 보니, 영화가 그려내는 그의 캐릭터도 입체감이 없고 단선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1 이후 극단적인 우경화 노선을 걷고 있는 미국 사회에 ‘1950년대 머로우’ 같은 언론인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서나 비이성과 거짓에 맞설 용기있는 언론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굿 나잇 앤 굿 럭>의 메시지에는 울림이 있다. 16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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