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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윙걸즈’ 엽기발랄 일본 여고생 ‘싱그러∼잉’

등록 2006-03-15 23:12


4박자를 ‘하나, 둘, 셋, 넷’ 대신 ‘하나 그리고 둘 그리고 셋 그리고 넷 그리고’로 세며 ‘그리고’에 악센트를 주는 ‘오프-비트’ 박자 재즈인 스윙은, 재즈에 문외한이어도 들으면 절로 ‘율동 욕구’를 느끼게 되는 경쾌한 음악이다.

‘여고 밴드부’ 단순 줄거리
기발한 연출 솜씨 덕분 내내 ‘키득’

<워터 보이>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연출한 2004년 일본 개봉작 <스윙 걸즈>(23일 개봉)는 스윙 같은 영화다. 일본식 웃음 코드에 대한 조예가 없어도, 스윙이 뭔지 몰라도, 보면 절로 키득키득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유쾌한 코미디다.

햇볕이 쨍쨍해서 더 늘어지는 여름 보충수업 시간, 밴드부의 단체도시락이 뒤늦게 학교에 도착한다. 한 눈에 봐도 학업에 의지가 없어 보이는 여고생 도모코(우에노 주리)는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 배달을 자청한다. 보충수업을 땡땡이 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실수와 장난을 연발하다 도시락을 상하게 만들고 이를 먹은 밴드부가 단체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음악에 관심이 전혀 없는 말썽꾸러기 여고생들은 밴드부의 유일한 생존자 나카무라(히라오카 유타)에게 등을 떼밀려 엉거주춤 빅밴드를 이룬다. 궁시렁궁시렁 불만이 많지만, ‘날숨으로 찌그러진 페트병 펴기’ 등 차력쇼 같은 특훈을 받다가 조금씩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 이 무렵 밴드부가 퇴원하지만 도모코와 친구들은 이미 악기 연주에 흠뻑 빠진 뒤다.

<스윙 걸즈>의 줄거리는 지극히 단순할 뿐더러 기존 청춘물의 공식을 뛰어넘는 내용도 없다. 난생처음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여고생들이 자기들 힘으로 악기를 구입하고, 빅밴드를 만들어 열심히 연습한 뒤 콘테스트에 출전한다. 이게 전부다. 하지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재즈의 ‘ㅈ’자도 모르는 게 들통날까 두려워 재즈 학원 수강권을 끊는 밴드 지휘자 수학선생(다케나카 노오토) 처럼 평범한 듯 엉뚱한 캐릭터,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에피소드들을 엮어가며 이 단순한 줄거리를 싱그럽고 귀여운 코미디로 빚어냈다.

이런 식이다. 악기 구입비를 마련하려고 단체로 할인마트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여고생들은 남자 마네킹에 단체 키스하기, 시식용 음식 모조리 먹어 치우기 같은 그 또래다운 장난을 일삼는다. 그러다 급기야 화재 진압용 스프링 쿨러를 건드려 할인마트를 물바다로 만들고 쫓겨나지만 ‘헉!’, ‘잉∼’해버리면 그 뿐, 좌절하지 않는다. 기발한 연출 솜씨도 유쾌함을 거든다. 남의 산에서 무단으로 송이버섯을 따던 여고생들은 멧돼지에게 딱 걸려 혼비백산 하지만 이때 <매트릭스>의 플로-모 기법을 이용한 만화 같은 정지 화면과 함께 절묘하게 ‘왓 어 원더풀 월드’ 음악이 깔린다. 흥분해 나무를 들이받은 멧돼지에게서 ‘뚜둑’ 코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멧돼지의 엑스레이 사진이 등장한다. 신문은 ‘멧돼지를 잡은 여고생 영웅’들을 극찬하지만, 신문 속 사진 한 귀퉁이에 어색하게 걸려 있는 송이버섯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사건의 전말’을 전한다. 웃지 않고 배길 도리가 없다.

끝까지 가볍고 발랄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다. <스윙걸즈>에는 ‘감동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듯, 끝에 가서 꼭 어울리지 않게 눈물콧물을 다 보고야 마는, 물에 뜬 버터 같은 ‘작위적인 감동’이 없고 그래서 뒷맛도 더 깔끔하다. 23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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