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그 여름’ 연출 한지원 감독
한지원 감독. 판시네마 제공
애니메이션 <그 여름>. 판시네마 제공
애니메이션 <그 여름>. 판시네마 제공
공간 배경 디테일 제대로 살려
서울 거리 마치 실사영화처럼
“성인 관객 애니, 지금 중요한 시기
애정과 인내로 격려해줬으면” 선댄스 영화제 노미네이트 경력 한 감독처럼 배경화면에서 실제 풍경을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너의 이름은.>은 일본 관객 뿐 아니라 한국 팬들에게까지 배경화면 동네로 ‘성지순례’ 여행을 떠나 인증샷 남기기 바람을 일으켰다. <그 여름>은 사실적 배경화면 뿐 아니라 서정적인 감성이 신카이 마코토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한 감독은 그런 이야기를 듣는게 “부담스러워서 가급적 (신카이 감독) 작품을 덜 보려고 노력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그는 “연출 스타일이나 정서적 결은 많이 다르지만 애니메이션 안에서 실사영화적 색채를 구현하고 싶어하는 점, 리얼한 풍경을 묘사하려는 점 등은 분명 닮았다“면서 “연출적인 결은 오히려 지브리스튜디오의 <바다가 들린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답했다. “극의 구조라는 열차에 관객을 태우기 보다는 숲을 산책하듯 캐릭터의 마음에 젖어들게 하는 느낌을 닮고 싶었습니다.” <그 여름>은 선우정아, 김뜻돌, 정우 등 실력 있는 여성 뮤지션들의 음악 참여도 눈길을 끈다. “선우정아님의 ‘도망가자’는 정말 그 장면에 너무 찰떡이어서 꼭 사용하고 싶었어요. 김뜻돌님의 ‘아참’ 은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레즈비언이고, 페미니스트야. 넌 그녀와 잘 될 수 없어’라는 당차고 위트있는 가사가 좋아요. 엔딩곡을 불러준 정우님은 제 연출의 결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와 가사를 가지고 있어서 세 가수의 음악이 나오는 장면을 볼 때마다 무척 만족스러워요.” 그는 “중장년층 성인 관객을 위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는 창작자들이 인력과 재정 부족에 허덕이고 있지만 오티티 출현 이후 상업적 영역에서 창작을 이어가려는 노력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같은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이단적인 존재라고 들었어요. 산업적 논리로 키운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의 고집이 이뤄낸 성과라는 거죠. 산업을 떠받치는 작품들 사이에 오리지널한 작품이 필요하고 큰 성취의 시작은 이런 작품일 수 있다는 애정과 인내심을 가지고 한국 애니메이션을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감독은 관객들이 <그 여름>을 보면서 “20대를 함께 보냈던 먼 옛날의 누군가를, 내 옆의 누군가를 떠올리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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