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트빌로우> <드리머>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들의 사귐보다 더 친밀하면서도 헌신적인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그려낸 두 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연이어 관객들과 만난다. 남극탐험대 생존가이드와 썰매개들의 우정을 다룬 <에이트 빌로우>(프랭크 마샬 감독)가 6일, 어린 소녀와 경주마의 우정을 그린 <드리머>(존 거틴즈 감독)가 13일 각각 개봉한다. 에이트빌로우 _ 남극에 남겨진 개들의 사투, 그들을 찾아떠난 인간의 분투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추위로 얼어붙은 남극. 미국기지 탐험대의 생존가이드인 제리(폴 워커)는 마야, 맥스 등 8마리의 시베리안 허스키 종 썰매개들과 함께 대원들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레 강한 태풍이 몰아닥치고, 급하게 기지를 철수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제리는 어쩔 수 없이 개들을 남겨두고 남극을 떠난다.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이때부터 영화 속에선 제리를 기다리며 남극에 남은 개들의 사투와, 개들을 데리러 남극에 가기 위한 제리의 분투가 병치된다. 무리의 리더 마야는 다른 개들을 이끌고 다니며 생존을 위한 사냥을 지시한다. 야성을 되찾은 개들은 하늘을 나는 새를 잡아먹고, 바다표범에 맞서 고래시체를 쟁취하기도 하며 반년 가까이 믿기지 않는 생존을 이어간다. 그 사이 제리는 주변의 반대에 부닥쳐 남극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자괴감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시체라도 찾아주는 것이 개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걸 깨닫고 위험을 무릅쓴 채 남극으로 떠난다.
캐나다의 스미더스라는 마을과 그린란드 등지에서 촬영됐지만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설원은 남극을 빼닮았다. 그 살벌한 곳에서 눈을 이불삼아 잠들며 생사를 넘나들던 개들이 늦게나마 힘겹게 약속을 지킨 친구 제리와 드디어 재회를 이룰 때, 서로 신뢰와 책임을 다하는 이들의 관계에서 전해지는 뭉클함이 가슴 한 켠을 흔든다. 1957년에 남극관측대가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남극이야기>(1983)를 할리우드가 리메이크했다. 드리머 _ 상처입은 말 보살피다 가족간 상처도 아물어 말의 마음을 읽는 말 사육사 벤(커트 러셀)은 경마대회 도중 다리가 부러진 명마 소냐(도르)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일자리와 퇴직금을 내놓는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벤의 딸 케일(다코타 패닝)도 소냐에게 사랑을 듬뿍 쏟는다. 빚에 쪼들리던 벤은 기적적으로 완치된 소냐를 팔아넘기지만, 소냐에 대한 케일의 진심어린 사랑이 벤의 마음을 움직여 소냐를 되찾아오게 한다. 그 뒤 케일은 어른 못지 않은 배포와 수완을 발휘해 소냐를 꿈의 대회인 브리더스 컵에 출전시킨다. 인간이 상처입은 동물을 보살펴주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의 우정이 싹트며, 완치된 동물이 대회에 나가 우승한다는 식의 이야기 틀은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다룬 숱한 영화들에서 볼 수 있다. <드리머>도 그런 구성을 따르지만, 말을 가족들 간의 갈등과 화해의 매개로 삼으며 외연을 넓힌다. 혈통 좋은 종마를 번식시켜 돈을 벌던 아버지 팝(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경영방식에 반대하다 목장을 망하게 했던 벤은 소냐를 계기로 다시 아버지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한다. 오랫동안 벤을 외면했던 팝도 소냐를 구실로 아들이 내민 손을 붙잡는다. 또 소냐는,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딸과의 관계마저 서먹했던 벤에게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준다. 1990년대 중반 부상을 극복하고 수많은 경기에서 우승한 암말 ‘마리아의 폭풍’의 이야기를 영화로 재구성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반열에 오른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이 이번에도 역시 만장일치에 가까운 미국 평단과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언제봐도 감동적인 소재를 잘 살려내며, 다코타 패닝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브에나비스타(<에이트 빌로우>), 쇼이스트(<드리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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