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각본·출연 모두 ‘둘이서’
살해당한 친구의 복수 이야기
살해당한 친구의 복수 이야기
‘짝패’의 류승완·정두홍
25일 개봉하는 〈짝패〉는 그 지향점만 놓고 보면 일종의 프로젝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의도와 목표 아래 만들어졌다. “진짜 액션영화를 찍자!”좀더 수식어를 단다면 “우리 둘만이 할 수 있는 진짜 액션영화”. 여기서 ‘우리 둘’은 류승완(33·사진 오른쪽) 감독과 정두홍(40·왼쪽) 무술감독이다.
액션영화광으로 자라, 감독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직접 출연해 태권도, 합기도로 닦은 무술 솜씨를 펼쳤던 류 감독에겐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한국 영화 무술감독 1인자로, 류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직접 무술 연기까지 펼쳤던 정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의기투합한 결과 류승완이 차린 영화사 ‘외유내강’과 정두홍이 이끄는 서울액션스쿨 공동 제작에 류승완 감독·각본·출연, 정두홍 무술감독·출연이라는 2인 다역의 〈짝패〉가 탄생했다. 지난 9일 둘을 함께 만났다.
“〈죽거나…〉처럼 적은 예산으로 진짜 액션영화를 찍자. 액션이 많은 영화가 아니라, 진짜 액션영화. 몸이 고되더라도 맨 몸으로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러면 우리들이 직접 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 그렇게 출발했다.”(류승완) “정형화된 액션은 빼고 하고 싶은 걸 하자. 몸이 더 굳어지기 전에.”(정두홍)
둘이 영화를 시작할 때의 모습이, 〈짝패〉에서 적진으로 단둘이 쳐들어가는 석환(류승완)과 태수(정두홍)를 닮았을 것 같다. 시골 소도시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 중에 가장 의리있는 한 친구를, 사악한 개발업자와 손잡은 다른 한 친구가 죽인다. 서울로 가 경찰이 된 태수와, 이들 친구 그룹보다 나이가 적지만 함께 어울렸던 석환이 그 사실을 캐내고 마침내 복수에 나서는 〈짝패〉는 전형적인 ‘버디(짝패) 액션 영화’이다. 스토리 라인은 간결하되, 에너지 넘치는 액션이 길거리에서, 미닫이문이 이어지는 일본식 다다미 방에서, 중국 무협물의 ‘객잔’식 주점에서 버라이어티 쇼처럼 펼쳐진다.
류 감독이 말하는 ‘진짜 액션영화’란 뭘까. “정서적인 반응을 액션에 담는 거다. 주먹 한 번 날리더라도 거기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것. 스토리나 인물이 그 주먹 날림을 향해, 거기로 모아지게 하는 것.” 의도가 이런데다, 주연이 류승완과 정두홍인 만큼 영화는 자기만의 특징을 갖게 됐다. 우선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약하다. “정두홍을 놓고 (시나리오를) 썼으니까.”(정) “우리 둘 그 자체이지, 뭐.(웃음) 둘의 캐릭터 차이가 없다는 말도 들었는데 내가 인간 정두홍을 아니까. 피곤할 때 그의 눈빛, 지쳤을 때 말투, 흥분할 때 몸동작 그런 걸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어차피 연기의 대향연을 펼치자,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류)
아무래도 둘의 출연 의도는 액션 연기다. 류 감독은 연기파 배우들을 부각시킬 때 쓰는 클로즈업 같은 걸 줄이는 대신 액션이 살아나도록 거리를 두고 찍는 장면을 늘렸다. 또 대역이 없는 만큼 카메라가 한 테이크 안에서 배우들 가까이로 갔다가 빠져나오는 줌을 많이 사용했다. 이렇게 찍으면 부상이 나오기 십상이다. 촬영 초반부터 정두홍은 오른쪽 눈 밑이 찢어졌고, 류승완은 무릎의 십자 인대가 끊어졌다. 그렇게 고생해 찍고 나서 이제 ‘진짜 액션영화’에 대한 갈증이 풀렸을까?
“안 풀렸다. 토니 자처럼 뛰어나게 테크닉을 보여주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둘이 원 없이, 이런 사람들 출연하지 않았으면 못 보는 영화라는 소리 듣고 싶었는데. 내 나이가 사십이라는 걸 이번 영화 찍으면서 알게 됐다. 한껏 점프 한다고 했는데 10㎝밖에 안 되고, 한참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있고.(웃음)”(정) “나는 갈증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이번에 만들지 않았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 아니면 못했을 거다. 몸으로 증명했으니까.”(류) 촬영장에서 ‘톰과 제리’로 불렸다는 둘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구동성으로 했다. 글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안 풀렸다. 토니 자처럼 뛰어나게 테크닉을 보여주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둘이 원 없이, 이런 사람들 출연하지 않았으면 못 보는 영화라는 소리 듣고 싶었는데. 내 나이가 사십이라는 걸 이번 영화 찍으면서 알게 됐다. 한껏 점프 한다고 했는데 10㎝밖에 안 되고, 한참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있고.(웃음)”(정) “나는 갈증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이번에 만들지 않았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 아니면 못했을 거다. 몸으로 증명했으니까.”(류) 촬영장에서 ‘톰과 제리’로 불렸다는 둘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구동성으로 했다. 글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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