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첫 공개된 봉준호 감독 ‘괴물’ ‘생각있는 블록버스터’ 큰 박수

등록 2006-05-22 17:16

한강 괴물 맞선 가족이야기
정부·미국에 대한 풍자 ‘신랄’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혀온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20일 밤 11시30분(현지시각) 프랑스 칸의 감독 주간 전용극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 열광적이었다.

제5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된 <괴물>은, 일찍부터 봉준호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에 매료된 외국 기자·평론가들의 관심을 모았고 이를 반영하듯 이날 상영장은 만원사례를 이뤘다. 상영시간 1시간 50여분의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고, 극장을 나선 뒤에도 극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이 영화를 공식 경쟁부문에서 제외한 칸영화제쪽은 뒤늦게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하려 했으나, 감독 주간이 이를 알고 먼저 감독 주간 명단에 넣어 발표했다는 후문이 나돌았는데(감독 주간은 칸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아닌, 프랑스 감독협회가 운영한다), 이날 공개된 <괴물>은 그 말에 신빙성을 보탰다.

영화는 ‘한강에 나타난 괴물과 싸우는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말로 단순하게 요약할 수 있지만, 사회를 통째로 위협하는 괴물 앞에 달랑 한 가족이 직접 맞서 싸우도록 만드는 상황 안에 많은 함의와 풍자를 담고 있다. 매스컴이 괴물에 물려 죽은 주한 미군 병사를 영웅으로 만드는 사이에 한국 정부는 희생자의 유족들을,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문제삼아 병원에 집단 수용한다. 괴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앞세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위생기구가 한강 주변의 상황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바이러스를 없애는 맹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려고 한다. 정부는 거기에 허수아비가 된 채 한강을 화학무기 실험장으로 제공한다. 봉 감독은 특유의 유머를 섞어 이런 상황을 묘사하지만 그 풍자는 신랄하며 몇몇 부분은 위협적일 만큼 현실적이다.

딸이 괴물에 물려 죽은 줄 알았던 박강두(송강호) 가족이 병원에 수용된 뒤, 딸에게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딸이 살아서 어딘가 갇혀 있다고 경찰에게 말해도 믿질 않는다. 강두 가족은 병원을 탈출해 딸을 구하러 간다. 국가는 실재 여부가 불분명한 바이러스와 싸우고 미국은 다른 의도를 챙기는 사이에, 보잘 것 없는 강두 가족이 정말 시민을 위협하는 괴물과 싸운다. 시사하는 바가 많은 설정에 더해, 괴물의 출현부터 괴물과 싸우기까지의 연출에 박진감이 있고 화면도 역동적이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엑스맨> 등의 컴퓨터그래픽을 맡았던 미국 오퍼니지사가 6개월 동안 작업해 만들어낸 이 영화의 괴물은, 망둥어와 아구를 합쳐놓은 듯하다. 동작은 날쌔지만 외양은 한국적이다.

칸영화제에 왔다가 이날 영화를 본 한국의 영화인들은 오는 7월 개봉할 이 영화의 관객수를 벌써부터 점치기도 했다.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함의가 많은, 생각 있는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알리는 영화”라고 평했다.

칸/임범 기자 is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