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파티가 한창인 초호화 유람선 ‘포세이돈’. 북대서양 한가운데를 항해하던 중, 일등 항해사는 해일의 조짐을 발견한다. 유람선 진행방향 쪽에서 높이가 47m에 달하는 거대한 파도가 감지된 것이다. 항해사는 다급히 뱃머리를 돌리지만 채 방향을 틀기도 전, 파도가 포세이돈을 덮친다.
20층 규모, 800개의 객실을 갖춘 거대한 포세이돈은 파도 앞에 맥없이 뒤집어고, 폭발과 화재, 감전 등으로 순식간에 수많은 승객들이 목숨을 잃는다. 선장은 특수설계로 인해 절대 배 안으로 물이 차지 않을 거라고 승객들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이 말을 믿지 않는 도박사 딜런(조시 루카스)은 탈출로를 찾아 나선다. 전 뉴욕시장 로버트(커트 러셀)와 그의 딸(에미 로섬) 커플, 젊은 미망인 매기(제이신더 배럿)와 아들 등 8명이 딜런을 따라 탈출을 감행한다.
<포세이돈>은 이들이 한데 엮이어 목숨을 걸고 탈출구를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둔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 물을 피해 간신히 통로를 찾고, 익사 직전의 순간에 일행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 ‘아슬아슬한’ 탈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이미 수많은 재난 영화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특별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1억5천만달러를 쏟아부어 만든 선박 내부 세트나 컴퓨터 그래픽은 이런 장면들에 사실감을 보탠다. 또 익사와 추락, 감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뛰어내리고 잠수하고 헤엄치는 연기를 보여준 출연자들의 노고도 스크린에 드러난다.
이 영화는 <특전 U보트> <퍼펙트 스톰> 등 ‘물 재난’ 영화를 통해, 자연의 위력 앞에 선 인간들의 모습을 절묘하게 그려냈던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했다. 또 <포세이돈>의 원작 영화인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는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려 갈등하고 선택하며, 때로는 신에 도전하기까지 하는 인간의 모습을 절박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포세이돈>은 고뇌하고 갈등하고 좌절하는 인간의 모습을 원작 영화 만큼 깊이감 있게 전달하지 못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처럼 로맨스에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스펙터클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인 만큼, 거대한 배가 가라앉고, 사람들이 죽고, 그 가운데 일부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장면을 ‘보는’ 것에 만족한다면, 98분 동안 더위를 식힐 수 있을 듯 싶다. 31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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