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괴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영화배우 변희봉, 고아성, 송강호, 배두나, 박해일.
‘괴물’ 제작보고회…봉준호 감독·출연진 자신감 넘쳐
“칸영화제에서도 반응이 좋았지만, 그들이 〈괴물〉을 100%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봐야 알 수 있는 한국적인 유머가 많기 때문에, 한국 개봉이 정말 기대된다.”
지난달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극찬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8일 오전 11시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봉 감독은 이 자리에서 한국 개봉(7월27일)을 앞둔 설렘과 함께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봉 감독은 먼저 “칸에서는 미완성 버전을 상영했기 때문에 진정한 월드 프리미어는 아직 없었다”며 “칸 버전에서 편집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음악 및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외에서 영화 전편을 공개한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괴물’의 비주얼을 포함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 것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고, 칸에서의 호평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날 스페셜 영상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 〈괴물〉의 ‘괴물’은 할리우드나 일본 괴수영화에서 등장한 적이 없었던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이었다. 봉 감독은 “한강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나온 괴물이니만큼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한강에서 나타날 법한 돌연변이 물고기처럼 너무 크지도 않고, 아널드슈워제네거가 아닌 송강호와 마주했을 때 어울리는 괴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화 예고편에서 “실제로 괴물을 봤다”고 했던 인터뷰 내용의 진위에 대해 “고3 때 잠실대교 교각 기둥면에서 검은색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올라가다 물에 떨어지는 것을 봤다”며 “늘 보던 한강에서 괴물이 나오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생각했던 게 모티프가 됐다”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감독은 “‘괴물’은 영화의 출발점일 뿐”이라며 “〈괴물〉은 ‘괴물’에 맞서는 가족의 이야기이고, 가족이야말로 〈괴물〉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 도움 없이 처절하고 외롭게 싸우는 가족들을 통해, ‘왜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가’, ‘우리가 약한 사람들을 도와준 적이 있었던가’ 같은 사회적인 메시지들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왔다”고 밝혔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 출연 배우들도 봉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괴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배우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촬영 당시, 시놉시스도 안 나온 상태에서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에 〈괴물〉의 출연을 결정했다”며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그 동안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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