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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송강호 “‘괴물’이 한국영화 업그레이드시킬 것”

등록 2006-06-29 17:34

환하게 웃고 있는 송강호와 박해일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a괴물%!^a(제작 청어람) 제작보고회에서 영화속의 괴물을 제작할때 배우들과 잘 어울려야함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하자 두 주인공(왼쪽부터 송강호, 박해일)이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환하게 웃고 있는 송강호와 박해일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a괴물%!^a(제작 청어람) 제작보고회에서 영화속의 괴물을 제작할때 배우들과 잘 어울려야함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하자 두 주인공(왼쪽부터 송강호, 박해일)이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살인의 추억' 이어 봉준호 감독과 뜻깊은 작업

"건방져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괴물'이 한국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는 점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배우 송강호(39)가 자기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이런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가는 대표 배우가 이처럼 '노골적인' 발언을 한 것도 눈길을 끌지만, 송강호라는 자연인의 캐릭터를 봤을 때도 다소 의외다. 약간의 칭찬에도 손사래를 치곤하며 부끄러움을 타는 그이기 때문. 도대체 '괴물'의 실체가 어떻기에 시사회도 하기 전에 이렇듯 자랑을 할까.

시사회를 나흘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언제나처럼 유머러스하고 편안해보였지만 뭔가 다른 느낌을 살짝 풍겼다. 그것이 스스로의 만족감에서 나오는 것임을 대화를 통해 알게 됐다. 배우로서 '임자'를 만나 '제대로 한판 놀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업그레이드도 대단하겠지만 '괴물'은 한국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특히 봉준호 감독의 리얼리즘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경영하는 소시민 박강두의 가족. 어느날 정체불명의 괴물이 출현, 박강두의 딸을 납치해간다. 박강두와 그의 가족은 딸을 구하기 위해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박강두라는 인물은 약간 철없고 바보 같지만 소박하고 친근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에요. 바보 같아 보이는 것도 주류 사회의 시선에서 볼 때는 너무 때가 안 묻었기 때문인거죠. 그래서 뒤떨어져 보이지만 사실은 참 순수한 인물입니다."


'괴물'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 중 하나는 '살인의 추억'에 이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하는 점이다.

"'살인의 추억' 개봉 후 바로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로부터 3년이 흘렀는데 사실 봉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없었으면 못 기다렸죠. '살인의 추억' 때는 서로 처음 하는 작업이니까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너무 편해서 그런 점은 없었던 대신, 두 사람 모두 '괴물'이라는 영화 자체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봉 감독의 머리 속에 있는 영화 '괴물'이 현실로 실현될 수 있을까 여부가 공통 관심사였으니까요."

그야말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기 때문에 '괴물'에서 두 사람은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모두 제작자의 입장이었던 듯하다.

'봉 감독이 '괴물'을 준비하는 동안 배우로서 뭘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다른 작품에 열심히 출연했다. 먹고 살기 바빠서 3년을 그냥 기다릴 수 없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다고 하지만 송강호에게 '괴물'은 만만치 않은 작품이었다. 봉 감독이 딱히 주문한 것은 없지만 촬영에 앞서 "배우로서 진짜 힘든 영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를 했기 때문.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뭐 말할 계제가 아니구요. 박강두라는 캐릭터가 사실은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규정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애매한 점이 많습니다. 머리카락을 물들인 것을 보면 일탈의 성격도 있는데, 그런 인물을 사실적 드라마와 어떻게 결합시켜야 할까 많이 고민했죠."

송강호는 "감독과 얘기는 많이 했지만 정작 서로에게 구체적으로 뭘 요구하거나 묻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며 껄껄 웃은 후 "농담이고, 그런 점에서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봉 감독에 대해 "현존 최고의 리얼리즘 작가"라고 극찬했다.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은 포괄적인데, '괴물'은 괴물이 등장하지만 괴수 영화는 아니에요. 괴물이 내포하는 은유, 괴물을 통해 보여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대단히 현실적입니다."

그렇다면 '괴물'은 무엇을 은유, 상징하는 것일까.

"'숙주'라는 것 아시죠? 괴물 그 자체보다 그러한 괴물을 탄생시키고 살아가게 하는 환경, 아마도 우리 사회가 되겠죠? 그 사회가 괴물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고 영화가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주 희망적인 이야기입니다. 결말에서는 모두가 희망을 얘기하니까요."

처음의 자랑은 마지막에도 이어졌다. 그의 발언의 뉘앙스를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런데 은유니, 숙주니 이런 것 다 필요없어요. 영화가 그냥 너무 재미있어요. 첫 장면부터 압도되는 걸요. 복잡한 생각할 틈을 안 줍니다. 너무 재미있는데 어떡하라는 겁니까. 이 영화 '12세 관람가'예요. 일요일에 애들 데리고 갈 데 없잖아요? 다들 '괴물' 보러 올 겁니다.(웃음)"

2008년 초까지 작품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송강호에게 '괴물'이 진짜 흥행하면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때는 꼭 '괴물' 속 은유에 대해 얘기하자며.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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