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때 개봉해 흥행신기록
도박 첩보전 다룬 코미디 “한국관객 영화사랑 부러워”
도박 첩보전 다룬 코미디 “한국관객 영화사랑 부러워”
‘메이드 첩보대작전’ 들고 제천영화제 온 용유스 감독
2004년 쓰나미가 남아시아를 강타했을 때, 타이에서는 푸켓을 포함해 주요 관광지가 해일에 휩싸여 5천여명이 숨지고 3천여명이 실종됐다. 쓰나미 전후에 개봉해 ‘웃음’으로 타이 국민들의 시름을 달래준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용유스 통콘툰 감독의 <메이드 첩보대작전>이다. 이 영화는 200만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두며 타이 영화 흥행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메이드 첩보대작전>을 들고 제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9~14일)를 찾아온 용유스 통콘툰 감독을 지난 11일 만났다. 2000년 트랜스젠더 배구팀을 그린 코미디 영화 <아이언 레이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지 2년만에, ‘도박산업 합법화 로비 저지 첩보작전’에 투입된 가정부 4명의 사건·사고를 다룬 슬랩스틱 코미디로 다시 한번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는 “<아이언…> 때 그랬던 것처럼, <메이드…>에서도 관객들이 ‘머리 아프지 않게’ 인간과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면서 “웃으며 영화를 즐기되, 방콕 대다수 가정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의 문제와 서민경제를 무너뜨릴 도박산업 합법화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메이드…>는 입주 가정부, 도박 산업 등 타이의 특수한 상황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옹박>이나 <시티즌 독> 등 한국에서 개봉한 타이 영화들에서 엿보이던 ‘타이적 색채’는 거의 없다. 오히려 도시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해보이면서도 잇속을 챙기는 데는 똘똘하기 그지없는 가정부들의 모습 속에서 타이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웃음이 발견된다.
용유스 감독은 “사람들을 웃기는 데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코드’가 있는 것 같다”며 “<메이드…>의 경우, 언어유희나 패러디가 보편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실 ‘타이 영화라고 해서 꼭 타이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항상 품고 있다”며 “다른 감독들이 타이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나까지 굳이 타이적인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메이드…>같은 타이 영화도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기 때문에, 수입해서 개봉하겠다는 영화사만 있으면 지금 당장 판권을 팔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지티에이치(GTH)라는 영화사를 운영하면서 한 해 6∼8편 가량의 타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기도 한 용유스 감독은 끝으로 한국 관객에 대한 부러움을 내비쳤다. “타이 국민들이 한국 국민들만큼만 극장을 찾고, 특히 자국 영화를 찾는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스크린 쿼터가 반이나 줄어 한국 영화마저도 위기를 맞게 됐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한국 관객들이 변함없이 자국영화에 대해 식지 않는 애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제천/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 제공
제천/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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