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생활·감독데뷔 함께
여자 되려는 소년 주인공
기성사회 ‘엎어치기’ 한판
“촬영 바빠 싸움 못해”
여자 되려는 소년 주인공
기성사회 ‘엎어치기’ 한판
“촬영 바빠 싸움 못해”
형제냐고요? ‘영화 짝패’죠
충무로에 개봉작이 유난히 많아 신인 감독의 데뷔작도 유난히 많은 올해, 〈천하장사 마돈나〉(31일 개봉)는 단연 눈에 띄는 데뷔작이다. 여자가 되고 싶은 열여섯살 소년이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장학금이 걸린 씨름대회에 나간다는 제목만큼이나 엉뚱해 보이는 이야기를 발랄하면서도 들뜨지 않게 세공한 이는, 김지운 감독의 중편 〈커밍 아웃〉부터 〈품행제로〉 〈안녕! 유에프오〉 등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이해준(33·사진 왼쪽)·이해영 감독이다. 코언이나 패럴리 같은 형제 감독인가 모두 묻지만 대학 입학식 때 처음 만난 과 동기(서울예대 광고창작과)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러다가 감독도 같이 하는 거 아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이해영)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김해곤 감독처럼 두 사람도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감독 데뷔를 했지만 〈천하장사…〉가 아니었다면 이들의 감독 데뷔는 더 늦어졌거나 안 됐을 수도 있다. “여고생 씨름부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시놉시스를 쓰게 됐어요. 한 시간 만에 완성했는데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다 보이는 거예요. 실력이 아니라 성향이나 취향에서 이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아닐까 싶어서 감독 욕심을 내게 된 거죠.”(이해준)
어떤 이들은 별볼일없는 씨름부라는 소재 때문에 일본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에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젊은 날의 좌절로 알코올중독자가 된 아버지와 주인공 소년 동구의 갈등은 이 영화를 경쾌한 학원 코미디와 구분시킨다. “동구가 여자가 되려는 건 기성세대나 이 사회와 전면전을 치르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아버지를 넘어뜨리는 건 모래판의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거죠. 그래서 가족이 영화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었죠.”(이해준) “가족이 중요한 소재지만 억지 화해나 감동을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극 중에서 동구 엄마의 대사처럼 완전한 ‘이해’가 아니라 ‘존중’을 해주는 것 정도가 나 아닌 타인을 최선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이해영)
억지 감동 못지않게 억지웃음을 싫어하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때리거나 욕하면서 위악적으로 웃기는 건 불편해요. 그래서 극성맞게 웃기려고 아등바등하지 말자고 했어요. 물론 시공간을 재단하는 우리 영화의 인공적인 웃음이 바람직한가도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런 영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야심이라면 야심이었죠.”(이해영)
둘이 하니까 좋은 점? “오케이 컷을 정하는 데 둘의 마음이 딱 맞으면 정말 안심이 되죠. 그렇지 않더라도 상의를 할 수 있으니까 든든하고.”(이해준) 그렇다고 늘 화기애애했다는 말은 아니다. “이견도 많았는데 일단 촬영일정이 빡빡해서 현장에서 오래 말싸움을 할 수가 없었어요. 씨름 장면은 하루에 80컷 이상씩 찍어야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집에 오면 파김치가 돼서 잠자기 바빠 못 싸우고.(웃음)”(이해영)
첫 작품이 나오니까 ‘계속 같이 갈 거냐’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뚜렷한 계획은 없어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해준이가 감독할 수도 있고, 융통성 있게 같이 가고 싶어요.”(이해영) “당장 헤어질 수 없는 건 무엇보다 월세 보증금 문제가 얽혀서.(웃음) 생판 남인 둘이 같이 살 수 있는 비결이요? 사생활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거죠.”(이해준)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