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영화 ‘리턴’ 돌아온 아버지와의 여행 두 소년에게 남은 건…

등록 2006-08-30 20:21수정 2006-08-31 15:35

바닷가에 높이 솟은 철탑. 친구들한테 배척당하는 게 싫은 형 안드레이(블라디미르 가린)는 바닷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하지만 겁도, 의심도 많은 동생 이반(이반 도브론라보프)은 탑 위에서 옴짝달싹 못한다. 다음날 이 일로 한 바탕 싸움질을 벌인 두 형제가 서로 먼저 엄마한테 이르기 위해, 시합이라도 하듯 뜀박질을 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가 자고 있으니 소란 피우지 말라”고 대꾸한다. 놀란 형제들. 방문을 열어 보니, 한 남자가 잠들어 있다. 형제는 계단을 뛰어오르고, 낡은 가족사진 속에서 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다. “맞아, 저 사람이야.”

러시아 신인감독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의 <리턴>은 이렇게, 바닷 속으로 뛰어든 형과 뛰어들기를 거부한 동생의 대립, 12년만에 불쑥 가족을 찾아 온 아버지로부터 시작한다. 곧이어 아버지는 두 아들만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아버지의 행동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그는 미안해 하기는커녕 고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어딘가로 계속 전화를 걸고, 아이들에게 의아한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으면 손찌검을 한다. 초반 드러난 두 형제의 캐릭터는 속을 알 수 없는 검푸른 바다같은 아버지와 관계맺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안드레이는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하며 친해지려 애쓰지만, 이반은 아버지를 의심하며 반항한다. 이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도 불협화음이 생긴다.

‘아버지는 12년 전에 왜 떠났던 걸까,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뭘까, 뭐 하는 사람일까, 행동은 또 왜 그럴까? 두 아들을 데리고 왜, 어디로 가는 걸까?’ 형제가 품은 이 많은 궁금증들은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여행의 종착지인 외딴 섬에서도 아버지의 미심쩍은 행동은 계속된다. 아버지는 낡은 오두막 바닥을 파헤쳐 여행의 목적처럼 보이는 작은 상자를 찾아낸 뒤 돌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한 가지 더 보태지는 질문. ‘상자 안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리턴>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아주 엉뚱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던진다. 답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풀리지 않음에도 충격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아버지를 둘러싼 형제의 갈등도 봉합된다. 형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리턴>은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하고, 이를 통해 관객의 고삐를 틀어쥐고 영화를 끌고가면서도 끝까지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왜?’를 쫓아가면서 어느새 아버지와 두 아들의 여행기 한편을 보게 된다. 그 여행기에 담긴, 단순해 보이는 만큼 여백이 커서 되레 풍성할 수 있는 부자 관계의 묘사와 여행기 전체의 서사적 구성미가 ‘왜?’의 의문을 밀어내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한 외국 평론가의 말처럼 스릴러에서 시작해 비극적 우화로 끝나는, ‘우아한 단순성’의 포용력이 만만치 않다.

<리턴>은 신인 감독의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60회 베니스영화제(2003년)에서 황금사자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1962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이반의 어린 시절>로 황금사자상을 받은지 40년 만에 러시아 영화에 돌아간 영광이었다. 또 전세계 각국에서 개봉돼 대중적으로도 호응을 받았다. 9월1일 서울 필름포럼에서 개봉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위드시네마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