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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호텔 르완다’ 끔찍한 내전 속 1268명 목숨 지켜낸 ‘영웅’

등록 2006-09-04 19:39

아프리카 르완다를 위임통치했던 벨기에는 소수 부족인 투치족에게 권력을 쥐여주고 다수 부족인 후투족을 지배하게 했다. 르완다는 1962년 독립했지만, 이때부터 두 부족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이어져 왔다. 그리고 1994년 4월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됐다. 내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00일 동안 민간인을 포함해 100만여명이 숨졌으며, 르완다는 초토화됐다.

〈호텔 르완다〉(감독 테리 조지)는 이 처절했던 100일 동안 1268명의 목숨을 지켜낸 한 호텔 지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후투족에 의한 투치족 학살이 시작되면서 수도 키갈리의 최고급 호텔 밀 콜린스에는 올리버 대령(닉 놀테)을 비롯한 유엔군과 잭(호아킨 피닉스) 같은 외신기자, 외국인 여행객은 물론 투치족 피란민들이 모여든다. 이 호텔의 투치족 출신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도 투치족 출신 아내 타티아나(소피 오코네도)와 자식들, 이웃들을 호텔로 대피시킨다.

영리하고 처세에 능한 폴은 불안정한 정국에서 안전망을 확보하려고 오래 전부터 온갖 서비스와 뇌물로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내전 초반, 그는 그렇게 쌓은 인맥을 동원해 가족들을 지켜내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가족들을 지키려다 목숨이 위태로운 이웃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돕게 되고, 같은 이유로 호텔에 몸을 숨긴 투치족을 살리는 데 인맥과 지혜를 쏟아붓는다.

폴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영웅’이지만, 〈호텔 르완다〉는 그를 ‘영웅 떠받들 듯’ 과대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흑인들의 생과 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유엔과 서구사회의 모습을 너무 흥분하지 않으면서 너무 무겁지도 않게 ‘당시 사실 그대로’ 틈틈이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자기 가족이 최우선이고 전부였던 가족주의자 폴이 영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다. 유엔과 서구사회는 자신들의 역량 밖이라며 내전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또 호텔에 묵었던 백인들과 그들의 개까지만 안전하게 피신시킨 뒤 투치족 흑인들을 남겨둔 채 호텔에서 유엔군을 철수시켜 버린다. 이 과정에서 폴은 등떠밀리듯 호텔에 남은 피란민들의 목숨을 책임지게 되지만, 떠밀린 등을 되돌리지 않는 건 그의 따뜻한 인정과 연민 때문이다.

과대포장은 없지만 〈호텔 르완다〉는 밋밋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르완다 내전이라는 사실 자체가 있는 그대로 오감을 멎게 할 정도로 끔찍할 뿐더러, 에피소드들도 디테일하다. 또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도 영화에 윤기를 덧입히는데, 특히 돈 치들은 마치 다큐멘터리 속 실재인물 폴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폴의 심리변화와 긴장감을 뛰어나게 표현해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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