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추석 연휴로 인해 여느 때보다 조금 늦게,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전체 상영작 63개국 245편 가운데, 전 세계에서 첫 선을 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영화가 64편으로 아시아 최대, 최고 영화제임을 다시 한번 웅변한다. 아시아 신작 영화의 집결지이자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중요 영화제의 수상작과 화제작이 모두 모이는 이 영화제의 장편 상영작 가운데 11편을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했다.
추천작 외에도 영화제에선 최근 새로 발굴한 신상옥 감독의 62년작 <열녀문>이 공개되며, 법원 가처분 판결로 3분50초 가량이 삭제된 채 개봉했던 임상수 감독의 2005년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복원판도 첫 상영된다. 또 특별 섹션으로 ‘동시대 프랑스 작가들’ 부문에선 토니 갓리프 감독의 <트란실바니아>, 브뤼노 뒤몽의 <플랑드르> 등 프랑스 최근 영화 13편을 틀며, ‘아시아 작가영화의 새 지도 그리기’는 70~80년대 뉴이란 시네마의 중요 감독인 아미르 나데리의 영화 6편, 인도의 배우이자 감독인 라자람 반투드르 샨타람의 연출작 4편을 튼다. 개막작은 김대승 감독, 유지태·김지수·엄지원 출연의 <가을로>이며 폐막작은 중국 닝 하고 감독의 <크레이지 스톤>이다.
임범 전정윤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상어(한국영화의 오늘, 한국)=배용균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동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무더운 여름, 상어를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도시에 나타난 어부와 집을 찾지 못하는 교도소 출소자, 상어 썩는 냄새를 자신이 사산한 아기의 냄새라고 착각하는 여자 등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복합적으로 드러낸다. a▷허문영: 당신은 마침내 상어의 냄새를 맡게 된다.
마지막 밥상(크리틱스 초이스, 한국)=아버지와 아들, 할머니와 어머니와 딸로 이뤄진 두 가족의 이야기로, 구성원들 개개인의 일상을 느리게 응시하면서 그들의 이면에 흐르는 감정들을 잡아챈다.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증권회사에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를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노경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 ▷허문영: 형식이 감정을 운반하는 야심의 영화.
반도의 봄(한국영화 회고전, 한국)=일본 닛카츠 영화사에서 한국인 최초의 조감독으로 활동한 이병일(1910~1978) 감독의 1941년 데뷔작. 영화 <춘향전>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 안에, 열악한 일제 시대 영화 제작 현실을 담았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3년간 중국전영자료관에서 수집한 일제 시대 한국 영화 7편 가운데 하나이다. ▷허문영: 1941년, 너무 일찍 찾아온, 영화에 대한 심오한 성찰.
식물학자의 딸(아시아 영화의 창, 중국)=고아소녀 ‘민’은 저명 식물학자의 제자가 된다. 학자는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비밀스러운 인물. 학자의 딸 ‘안’은 ‘민’의 사이는 관능적이고 금지된 관계로 나아간다. 프랑스에서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명성을 쌓고 있는 중국인 감독 다이 시지에의 작품. ▷김지석: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동성애에 눈을 뜨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몽환적이면서도 에로틱한 작품.
오페라 자바(아시아 영화의 창, 인도네시아)=고대 산스크리트 문학의 고전 <라마야나>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열정적인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간판 감독이 된 가린 누그로호가 연출했다. ▷김지석: 인도네시아 전통의 가믈란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놀라운 뮤지컬 영화.
수퍼 히어로 끄리쉬(오픈 시네마, 인도)=인도의 초능력자 끄리쉬나가 싱가포르에서 아리야 박사의 음모에 맞서 아버지를 구하고 사랑을 쟁취한다. 발리우드의 유명 감독 라케쉬 로산과 그의 아들이자 인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불리는 흐리틱 로샨이 호흡을 맞췄다. ▷김지석: 할리우드식의 이야기 구조와 홍콩식 액션, 인도식 캐릭터와 춤과 노래가 합쳐진 인도판 수퍼히어로 영화.
빈랑(새로운 물결, 중국)=태평스럽던 여름, 절친한 두 불량배 친구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며 둘 사이에 균열이 온다. 질투어린 분노와 혐오감이 쌓이는 가운데 여름이 끝나고, 두 친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양 헝 감독의 장편 데뷔작. ▷김지석: 미래를 꿈꾸지 않는 방황하는 현대 중국 젊은이들의 무료한 일상을 다룬, 올해 중국영화의 새로운 발견.
패스트푸드의 제국(월드시네마, 미국)=<비포 선라이즈> <스쿨 오브 락>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픽션의 형식을 빌어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음식 제조 실태를 파헤친다. 아울러 그곳에서 일하는 멕시코 불법이주 노동자들의 비인간적 노동환경도 고발하는, 블랙코미디풍의 사회물. 에단 호크, 그렉 키니어, 패트리샤 아퀘트, 브루스 윌리스 등 배역이 화려하다. ▷전양준: 링클레이터가 들려주는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낙천주의자들(월드시네마, 세르비아)=유고의 중견 감독 고란 파스칼리예비치가, 밀로셰비치 이후 세르비아의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 안에 절망과 환멸과 동시에 희망과 낙관주의를 담아내는 블랙코미디. ▷전양준: 혼돈과 닫힌 사고를 고란만큼 다루는 이가 있을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오픈시네마, 영국)=좌파적 신념을 굽히지 않아온 노장 켄 로치 감독에게 마침내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영화이다.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뛰어들었다가, 노선이 갈려 서로 등지게 되는 형제의 이야기로 제국주의의 교활한 지배 전략을 비판함과 아울러 폭력이라는 문제를 심도 깊게 성찰한다. ▷전양준: 켄 로치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견의 영화.
파라과이식 그물침대(크리틱스 초이스, 파라과이)=모처럼만에 나온 파라과이의 장편 35㎜극영화. 1935년 차코 전쟁에 아들을 보낸 시골 노부부의 모습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처럼 이렇다 할 사건 없이 미니멀하게 비춘다. 파라과이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영화를 공부한 파스 엔시나의 연출작으로 올해 칸영화제 피프레스키상을 받았다. ▷전양준: 30여년 만에 만들어진 파라과이 장편 영화.
해운대 백사장 위에서 콘서트·사진전도 있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답게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올해 해운대에는 국내 최초로 백사장 위에 컨테이너가 설치된다. 해운대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게 될 ‘파빌리온’인데, 배우 및 한국 대표 감독들의 사진전 등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메가박스 옥상에 마련됐던 관객 쉼터 ‘네이버 피프(PIFF) 관객카페’도 파빌리온 내에 조성된다. 다양한 이벤트와 인터넷, 무료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음악 축제 ‘시네마틱 러브’도 14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진다. 부산영상위원회 촬영스튜디오에 무대를 설치해, 영화를 만드는 세트장에서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행사다. 몬도 그로소, 바비킴&부가킹즈, 남궁연, 지누와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디제이들이 출연한다. 13~19일 저녁 7시30분 해운대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는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공연 팀의 오픈콘서트가 열린다. 슬로우 쥰, 스윗소로우, 훌라걸 댄스, 몽라, 마이엔트메리, 하찌와 티제이(TJ) 등이 출연한다. ‘감독과 영화보기’, ‘감독, 배우와 영화보기’는 올해부터 ‘시네마 투게더’로 바뀌었다. 16~19일 감독,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까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는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 이해준 감독,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을 비롯해 한국영화 화제작들의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다. 올해 마스터클래스는 헝가리의 거장 이스트반 서보 감독과 대만 감독 차이밍량이다. 해운대 파빌리온 컨퍼런스 룸에서 16일 오후 3시와 17일 낮 1시에 각각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씨네21〉이 주관하는 특별강좌 ‘스타시스템 대해부, 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비롯해 ‘변화와 선택의 시간-일제시기 영화 발굴전’과 ‘영산대학교와 함께하는 법과 엔터테인먼트 세미나’ 등 세미나와 특별강좌도 마련됐다. 특별대담 ‘신상옥, 그리고 〈열녀문〉’도 열린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해운대 백사장 위에서 콘서트·사진전도 있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답게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올해 해운대에는 국내 최초로 백사장 위에 컨테이너가 설치된다. 해운대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게 될 ‘파빌리온’인데, 배우 및 한국 대표 감독들의 사진전 등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메가박스 옥상에 마련됐던 관객 쉼터 ‘네이버 피프(PIFF) 관객카페’도 파빌리온 내에 조성된다. 다양한 이벤트와 인터넷, 무료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음악 축제 ‘시네마틱 러브’도 14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진다. 부산영상위원회 촬영스튜디오에 무대를 설치해, 영화를 만드는 세트장에서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행사다. 몬도 그로소, 바비킴&부가킹즈, 남궁연, 지누와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디제이들이 출연한다. 13~19일 저녁 7시30분 해운대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는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공연 팀의 오픈콘서트가 열린다. 슬로우 쥰, 스윗소로우, 훌라걸 댄스, 몽라, 마이엔트메리, 하찌와 티제이(TJ) 등이 출연한다. ‘감독과 영화보기’, ‘감독, 배우와 영화보기’는 올해부터 ‘시네마 투게더’로 바뀌었다. 16~19일 감독,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까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는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 이해준 감독,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을 비롯해 한국영화 화제작들의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다. 올해 마스터클래스는 헝가리의 거장 이스트반 서보 감독과 대만 감독 차이밍량이다. 해운대 파빌리온 컨퍼런스 룸에서 16일 오후 3시와 17일 낮 1시에 각각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씨네21〉이 주관하는 특별강좌 ‘스타시스템 대해부, 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비롯해 ‘변화와 선택의 시간-일제시기 영화 발굴전’과 ‘영산대학교와 함께하는 법과 엔터테인먼트 세미나’ 등 세미나와 특별강좌도 마련됐다. 특별대담 ‘신상옥, 그리고 〈열녀문〉’도 열린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