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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몇달 뒤 죽음 뭘해야 하지?

등록 2006-10-09 21:08

나 없는 내 인생
앤(세라 폴리)은 너바나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첫사랑을 만나 열일곱살에 임신하고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착하지만 백수인 남편 대신 청소부 일로 고단하게 생계를 꾸려나가는 동안 스물세살이 됐다. 가까스로 일자리를 잡은 남편, 이제 숨을 좀 돌리려니 자궁암 말기 선고가 떨어진다. 이제 그에게는 진통제로 고통을 잊으며 코앞에 닥친 죽음을 준비하는 일만 남아 있다.

12일 개봉하는 〈나 없는 내 인생〉(이사벨 코이셋 감독)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앞날이 창창해야 마땅할 젊은 앤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몇 달. 게다가 앤에게는 천사 같은 두 딸과 딸들만큼이나 보살핌이 필요한 남편이 있다. 여기에 교도소에 수감된 아버지, 어머니와의 불화 등 앤의 불우한 성장기가 끼어들면서 눈물을 쏟을 일만 남아 보인다. 하지만 앤은 비탄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신에게 원망을 퍼붓는 데 남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대신 ‘하고 싶지만 못했던 일’과 ‘가족들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들어 실행에 옮긴다.

앤이 하고 싶었던 일이래야 머리 모양을 바꾸고 손톱관리를 받아보는 것,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다른 남자와 연애하는 것 정도다. 또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도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해주거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들려줄 생일축하 메시지를 미리 녹음하는 것 등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다는 가정 아래 누구든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처럼 담담하고 알차게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다. 스페인의 거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제작에 참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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