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아카시아>(K1 밤 12시30분)=한국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이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만든 가족공포영화.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고, 스페인 시체스영화제 판타스틱 부문에 초청됐다.
산부인과 의사인 도일(김진근)과 직물공예가인 미숙(심혜진) 부부는 아이가 없는 것 말고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두 사람은 어두운 성격의 진성(문우빈)을 입양해 친자식처럼 키우려 노력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친자식이 생기면서 진성에게서 차츰 멀어져간다. 이때부터 진성은 정원에 있는 큰 아카시아 나무를 엄마라 여기며 대화를 나눈다. 어느 날 진성이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있던 아카시아 나무에 꽃이 피면서 가족들에게 불행이 닥친다.
<아카시아>는 타인에 대한 배제를 유발하는 가족적 연대감의 비틀린 이면을 날카롭고 섬뜩하게 그린다. 진성이 사라지고 난 뒤 아카시아 나무의 저주로 파멸해 가는 도일 부부의 모습은 슬픔과 공포, 착잡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아카시아의 흰색과 피의 붉은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화면도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공포를 자극한다. 19살 이상 시청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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