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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진] 다시 사랑이 찾아올까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등록 2006-11-21 14:47


20일 오후2시 용산 CGV에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제작: 오브젝트필름)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박하사탕>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신인 변승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8월의 크리스마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한석규와 <여자, 정혜>로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한 김지수, <거룩한 계보>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통해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도맡았던 이한위가 주연을 맡았다.

멜로, 코믹, 스릴러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에서 고른 연기력을 선보여 국민 배우로서 사랑을 받는 한석규가 다시 한번 아름답고 따뜻한 멜로 영화 속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한석규가 극 중 맡은 역은 동네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 인구. 친절하고 약 잘 짓고 유머까지 겸비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정신지체를 앓는 철부지 형을 돌보느라 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뒷전이다. 형 때문에 헤어진 첫사랑이 찾아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할 때도 축하한다는 말을 건낼 뿐이다. 형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인구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언젠가부터 마음 한 구석에서 버렸다. 술 취한 혜란이 약국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명품을 카피해 파는 동대문 짝퉁 디자이너 혜란(김지수 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수억 원의 빛을 갚느라 사랑이라는 감정도 잊은 채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동생이 임신했다며 결혼을 선언했을 때 단호하게 애를 지우라고 하고, 짝퉁을 판다고 경찰에 신고한 옆집 옷 가게 주인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토록 건조하고 까칠해져 있던 그녀가 어느 날 수면제 대신 맥주 캔을 내미는 친절한 동네 약사 인구를 만난다.


김지수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 오랜만에 당당하고 까칠한 역으로 변신해 상큼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간 <로망스> <여자, 정혜>를 통해 눈물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김지수는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벗어나 색다른 도전을 갈망하던 차에 생활력 강하고 단단한 모습 뒤에 아픔을 감춘 여자 '혜란'을 만났다.

십대 때부터 갑자기 정신지체를 앓은 인구의 형 인섭(이한위 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어린아이처럼 철없고 사람들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70년에 유행했던 그룹 '활주로'의 앨범을 항상 귀에 꽂고 다니고, 야한 만화책, 박카스를 좋아하는 인섭은 어린아이처럼 꾸밈없고 해맑다. 늘 티격태격하며 애를 먹이기도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은 바로 인구이다. 산악부였던 학창시절부터 히말라야야 오르고 싶어했던 그는 아직까지도 그 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의 죽음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둘도 없는 친구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한위. 한석규와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8년 만에 형제로 다시 만났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던 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망설임, 아픔을 따뜻하고 사실적인 화면과 영상으로 그려낸다. 장면장면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건 영화 전편에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의 몫이 크다.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감정에 빠지는 모습, 현실의 짐이 무거워 서로를 외면하려하는 모습 뒤엔 항상 따뜻하고도 가슴 저릿한 음조의 선율이 흐른다. 그로 인해 두 남녀가 사랑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동네의 자그만한 약국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진관을 연상시키며 묘한 향수를 불러모은다.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는 듯한 약국은 현실의 무거운 짐 때문에 아픈 혜란이 서슴없이 들어와 무턱대고 말을 걸고 인구와 조심스러운 사랑에 빠져드는 특별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 낸다.

잊혀졌던 추억의 한 부분을 상기시키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할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오는 30일 개봉예정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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