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단‘숨’에 찍다

등록 2007-01-22 17:16

김기덕
김기덕
김기덕 영화 ‘숨’ 촬영현장
10차례 나눠 전쟁 치르듯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엔 냉기가 스멀거렸다. 길게 뻗은 복도 위로 여자 연(박지아)의 노래가 멍먹하게 울렸다. “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버린 지금….” 노래에 끌려 목에 붕대를 두른 사형수 장진(장첸)이 감방에서 나왔다. 둘이 껴안는데 여자의 팔을 남편 정(하정우)이 천천히 끌어당겼다. 연과 정은 복도 끝 소실점을 향해 멀어져가고 여자의 헛헛한 노래는 찬 공간을 떠돌았다. 장진이 카메라 밖으로 걸어나오자 김기덕 감독이 오케이가 떨어졌다. 예행 연습 두번 뒤 한번 촬영에 끝을 봤으니 속전속결이다.

김기덕 감독의 열네번째 영화 <숨>은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할 뻔했다. 감독은 5~6개월 고심한 끝에 개봉하지 않겠다던 엄포를 거둬들였다. 그는 “(전작 <시간>을 본) 관객 3만명이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숨>의 마지막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보통 다른 감독들은 장편일 때 90회차씩도 찍는데 김 감독은 <숨>을 모두 10차례 나눠 찍고 마쳤다. 김 감독은 <숨>을 외부 투자 받지 않고 쌈짓돈을 털어 2억5천만원에 만들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 전쟁을 치르듯 찍었죠.” 그런 전쟁로 치자면 10억원 미만 제작비만 들여 영화를 찍어온 그는 백전노장이다.

“<숨>은 음양의 이치가 어우러지듯 들숨과 날숨 자체가 인생이 아닐까라는 의미를 담은 영화에요.” 그는 선문답처럼 영화의 주제를 설명했다. 이날 촬영 장면은 영화의 줄거리를 압축해 보여줬다. 연은 남편이 바람난 걸 안 뒤 마음이 비었다. 어느날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도 자살 시도를 하는 장진의 소식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무작정 그를 찾아간다. 연은 장진에게 일년을 선물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네번을 들른다. 올 때마다 면회실을 네 계절 풍경으로 꾸민다. 마지막날 연은 장진이 숨을 거두도록 돕는다. <와호장룡> 등에 출연한 중국배우 장첸은 “감독님 스타일은 예상이 불가능하다”며 “해보지 않은 방식이라 배우로서 성장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빈집>에 출연했던 하정우는 “콘티(찍을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도 없고 시나리오도 설명 없이 주요 문장만 있는 식”이라며 “결과를 알 수 없는 스포츠 경기를 치르는 것 같은 흥분이 있다”고 말했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