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왼쪽) 안녕?! 자두야!!(오른쪽)
정통 고전물 학교편
인간미 그린 가족편
뭘 골라도 후회없어
인간미 그린 가족편
뭘 골라도 후회없어
만화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하나가 웃음이다. 도대체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없는 요즘 일단 웃음으로 폭주해 보면 어떨까? 단, 성인물에 가까운 만화들임은 알아두시길.
■ 먼저, 학교편.
다닐 때는 지겨웠지만 졸업하고 나면 판타지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리는 학교. 구태여 자세히 설명해 줄 필요가 없는 여러 요소들을 쉽게 뒤틀 수 있어 웃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김규삼의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는 부적절함이 상식이 된 고등학교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학교는 자기 것이라 당연하게 말하는 이사장, 일단 때리고 보는 수학 선생님, 가장 볼품없는 햄버거를 파는 매점, 그리고 외제차로 출근하는 매점 사장에 전교 일등 죽지 않는 닭머리의 불사조군까지. 학교를 구성하는 익숙한 요소들은 이야기 속에서 어처구니없이 배합되며 웃긴다. 아, 이 학교는 부두교 미션스쿨이다.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가 현실에서도 익숙한 상황들을 던지며 농을 친다면, 요시나가 후미의 〈플라워 오브 라이프〉는 섬세하게 일상을 잡아낸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노골적으로 게이 코드를 활용하지는 않지만 꽃그림 만발하는 부드러운 코드의 향기는 솔솔.
학교편에서 분화되는 소분류가 여고생편이다. 채정택의 〈다세포 소녀〉와 우지이에 토젠의 〈여동생은 사춘기〉, 그리고 후루야 우사마루의 〈최강 여고생 마이〉는 가히 여고생 3인방 개그만화라 불릴 만하다. 이 작품들은 모두 순결의 상징인 여고생을 뻔뻔하게, 대놓고 밝히는 존재로 그리며 상황을 뒤튼다. 셋 중 최강은 제목처럼 〈최강 여고생 마이〉다. 일본의 다양한 서브컬처들을 모아 단지 ‘여고생’이라는 소재에 버무려낸다. 어이없음의 강도는 최고, 〈여동생은 사춘기〉는 4칸 만화다. 고 3 오빠와 고 1 여동생이 함께 사는데, 이 여동생이 밝힘증이 있어 일상을 살색의 프리즘을 통해 재해석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반면 채정택의 〈다세포 소녀〉는 노골적이며 적나라하다.
세 번째 일상편. 역시 최고의 코믹은 일상의 경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 생생하게 부활시킨 이빈의 〈안녕?! 자두야!!〉는 여고생편과 달리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보기 드문 가족형 코믹만화다. 김양수의 〈생활의 참견〉도 일상의 웃음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허술한 그림에 빡빡한 손글씨의 두려움을 벗어나 칸 안으로 들어가 읽기만 하면 언젠가 내가 했던 민망하고 익숙한 실수를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보너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국중록·이상신의 〈츄리닝〉, 그리고 이철의 〈4분요리〉가 볼만하다.
박인하/만화평론가·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