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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하루지만…아버지와 못해본 일 했어요

등록 2007-04-23 18:08

‘아들’ 주연 류덕환  .  사진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아들’ 주연 류덕환 .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들’ 주연 류덕환
무기수 아버지와 15년만의 만남
목욕탕 가고 달리기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하며 연기
“키 묻을 만큼 연기 쌓아야죠”

“나 장만옥 닮은 거 같아.”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동구가 중국집 여종업원 옷을 빌려 입고 자신의 자태에 매혹됐다. 친구는 기막힌데 동구는 진지하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 장면은 웃기지만 여장 남자 역할에 으레 섞이는, 귀 뒤로 머리카락 넘기기 따위의 관습적인 과장이 없다. 약간 어깨를 으쓱하는 정도만으로 류덕환(20)은 절묘하게 뚱보 동구를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동구는 우스갯거리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들’ 주연 류덕환  .  사진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아들’ 주연 류덕환 .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묻지마 패밀리>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지난해 <천하장사 마돈나>로 류덕환은 청룡영화제 남우신인상 등을 가져갔다. 동구에 맞게 몸집을 키우려고 닭 가슴살을 갈아 마셔대던 그는 그만큼 독하게 균형과 절제의 연기를 보여주며 기대주가 됐다. 그가 5월1일 개봉하는 장진 감독의 <아들>에서 무기수인 아버지 강식(차승원)과 15년 만에 처음으로 하루를 함께 보내게 된 아들 준석역을 맡았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동구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이라 공부를 많이 해야 했는데, <아들>에서는 심하다 싶을만큼 준비를 하지 않고 찍었어요. 제가 아들이니까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장진식 코미디’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리듬을 타며 띄엄띄엄 강조점을 잡아주는 식으로 연기했다. 가끔은 부러 설명조를 택했다. “장 감독님 코미디는 어려워요. 대사를 맞받아칠 때 약간의 쉼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이 웃음의 지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쓱 지나가 버려요.” 류덕환은 기쁘다, 슬프다로 뭉뚱그리지 않고 기쁨과 슬픔이 어떤 비율로 섞였는지 조곤조곤 묘사한다.

<아들>에서 그는 아버지와 목욕탕도 가고 뜀박질도 한다. 그가 정작 진짜 아버지와는 못해본 일이다. “눈도 잘 안 마주쳤어요. 아버지는 공부를 굉장히 잘한 분이었는데 전 아니었거든요. 성적 떨어지면 연기 안 시킨다고 해서 이를 악물고 공부한 적이 있어요. 반 등수는 올랐는데 전교 등수는 좋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교 등수 나쁘다고 야단치시는 거예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을 각오하고 반항했는데 아버지가 말없이 돌아섰어요. 슬프지도 미안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그 등이 너무 늙어보였어요.”

‘아들’ 주연 류덕환  .  사진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아들’ 주연 류덕환 .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웰컴 투 동막골>을 보고 아무 말도 없었던 아버지는 <천하장사 마돈나> 뒤엔 “수고했다”고 한마디 건넸다. 부산에서 영화평론가상 신인상을 받은 뒤 송강호와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버지가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었다. 그는 “아버지가 알아서 뭐하려고요”라고 대답했다. 얼마 뒤인 지난해 10월, 류덕환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사흘 내내 영정 사진만 봤어요. 아버지 눈에 쌍꺼풀이 있는지도 몰랐더라고요.”

어머니는 항상 그의 편이었다. 낯가림 심한 6살짜리 버릇을 고쳐보려고 어린이 극단에 보낸 사람이 어머니였다. 그는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드라마 <전원일기> <오남매>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성장했다. 첫 영화 <묻지마 패밀리>를 보러간 날, 이름이 스크린에 올라갈 때 느낌이 그에겐 여전히 또렷하다. “좋은 것도 만족한 것도 아니고 그냥 소름이 돋았어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 느낌을 또 한번 느껴보고 싶었어요.” 그는 여전히 그 느낌을 좇고 있다.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했을 때도 있었어요. 키 때문에요.” 조승우나 알파치노도 키가 크지 않다고들 위로했지만 그는 속으로 “그래도 나보다 크잖아”했다. 그런데 <웰컴 투 동막골> 뒤로는 자신감이 붙었다. “관객은 키가 아니라 연기 보러 오는 거잖아요. 키를 묻어버릴 정도로 연기를 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어요.” 여전히 그는 전신이 나오는 풀샷, 상대 배우와 키가 비교되는 투샷을 싫어한다. “그래도 카메라의 마술이 있잖아요.(웃음) 받치고 올라설 나무 판자도 있고….” 5월1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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