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의 마지막 장면에 쓰여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열흘간의 광주를 담은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제작 기획시대)의 마지막 장면과 엔딩 크레디트에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로 흐른다.
이 노래가 1980년대 이후 민주화 투쟁 현장에서 '애국가' 못지않게 자주 불려진 까닭에 으레 대표적 민중가요로 선택된 듯하지만 제작진은 "그보다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영화의 라스트신은 강민우(김상경 분)와 박신애(이요원)의 결혼식. 계엄군의 총탄에 사망한 시민군이자 영화 속 주요 인물이 환하게 웃는 가운데 영화 속 유일한 생존자인 박신애만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판타지 장면이다.
이 장면은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끝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려 했던 윤상원 열사의 1982년 영혼 결혼식을 연상케 한다. 강민우의 모티브가 된 윤상원 열사는 31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았다.
광주지역 최초의 위장노동자였으며 노동야학 '들불야학'을 이끌었던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승에서의 한을 달래기 위해 역시 항쟁 당시 사망한 박기순 열사와의 영혼 결혼식이 열렸던 것.
이들의 안타까운 결혼식을 애도하기 위해 소설가 황석영 씨가 백기완 씨의 '묏비나리'라는 시를 노랫말로 바꿔 가사를 쓰고 김종률 씨가 작곡한 노래가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영화 속 결혼식 장면에 흐르는 이 곡이 더욱 애달프게 들릴 것.
더욱이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던 영화 속 장면으로 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흐르는 장면이 더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실제 광주항쟁 당시 애국가가 흐르며 계엄군의 총격이 시작돼 애국가가 발포 신호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남아 있다.
'화려한 휴가'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조장래 팀장은 "체코에서 녹음했는데 음악적 감동이 덜 묻어나는 것 같아 한국인 세션들이 참여해 재녹음을 했다"고 밝히며 "'임을 위한 행진곡'에 담긴 사연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생생히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는 26일 개봉한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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