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회 3천여명 참여…시민들 제작진에 감사 인사
“부산 대구서도 반응 좋아…광주 진실 알리는 계기되길…”
“부산 대구서도 반응 좋아…광주 진실 알리는 계기되길…”
“27년 만에 5월 그날을 다시 봤다.”
80년 5월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가 광주를 울렸다. 지난 8일 밤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영화관의 시사회장은 온통 ‘눈물바다’였다. 이날 시사회장엔 시민·사회단체 인사와 5·18민주유가족회 회원 등 5월 관련자들이 대거 찾았고, 8개 관에서 두 차례로 나뉘어 3천여명이 관람했다.
시민들은 이날 ‘영화로 다시 만난 오월의 넋’ 앞에서 씻김을 하듯 눈물을 흘렸다. 7관에선 5·18부상자회 회원들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3관에선 기립 박수가 나왔다.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 열사의 아버지 윤석동(80·광주시 광산구 임곡동)씨는 “광주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전남비전21’(이사장 윤장현)은 이날 영화 제작진들을 생맥줏집으로 초청해 격려했다. 1980년 5월 현장에 있었던 소설가 송기숙 전 전남대 교수는 “안 울려고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나왔다”며 “이 영화로 지하에 계신 영령들의 한이 이제 조금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고교생 시민군이었던 김효석(45) 광주선지 대표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5월의 진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뒤풀이장을 찾아와 제작진들에게 “오랜만에 울었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누리꾼(네티즌)들은 시사회 후기를 적고 퍼나르며 ‘좋은 영화 함께 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시도 시청과 구청 홈페이지에 이 영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띄웠다. 광주시 민주정신선양과는 또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현대사 바로알기 차원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전국의 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9일 “먼저 시사회를 한 대구와 부산에서도 젊은이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물론 이 영화가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6일 영화를 개봉하는 제작진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80년 5·18 민중항쟁의 현장이자 촬영의 주 무대인 광주의 일반 시사회에서 관람객들한테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내심 광주에서 냉정한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주연배우 김상경씨는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울었지만, 솔직히 광주에서 어떻게 보실까 두렵고 떨렸다”며 “그런데 광주 시민들이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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