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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리턴’ 외과의사역 김명민 “연기비결요? 뻔뻔한거죠”

등록 2007-08-06 20:21

김명민
김명민
“내가 이순신·장준혁이라 스스로 믿고 연기하죠
배역에 완전히 일치되려 외우고 익히는 게 무기”

김명민(35)은 김명민과 그가 연기한 드라마 〈하얀거탑〉의 장준혁 과장을 구별하지 못하게 했다. 드라마속 장준혁에 반한 팬들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배우 김명민의 기사를 찾아 읽으며 ‘장과장’의 잔상을 좇을 정도였다. 앞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그는 너무 완벽해 도통 인간 같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에 팬 주름까지 보여줬다. 그는 아무리 거창하고 복잡한 인간이라도 그 안으로 거의 완벽하게 침투하는 능력을 보여준 몇 안되는 배우다. 그가 주연으로 나오는 새 영화 〈리턴〉(개봉 8일) 개봉을 앞두고 김명민을 만났다.

어떻게 온전히 다른 인물이 될까? “뻔뻔한 거죠. 어차피 실제 이순신 장군, 장준혁을 본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 ‘내가 바로 이순신이고 장준혁이다, 내가 맞다’라고 믿는 거예요. 자신이 헷갈리면 다른 사람들도 안 믿어줘요. 그러려면 무기가 필요해요. 〈불멸의 이순신〉 때는 원작 소설을 해질 정도로 읽으며 상상했어요. 의사의 손 놀림은 직접 보고 밤 새 연습하면 누구나 따라 해요. 전문의들의 마음을 이해해야죠. 의사들이랑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수술실 참관하며 계속 이야기를 들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제가 진짜 의사인 듯한 착각이 들어요. 신문에 의료 사고 기사가 나면 ‘환자가 너무했네’라며 의사 편을 들게 된다니까요. 계속 외우고 익히는 게 제 무기에요. 이게 잘 다듬어지지 않으면 저는 참패해요.”

〈리턴〉의 이규만 감독은 김명민을 캐스팅한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드라마에서 붓글씨를 진짜 이순신처럼 쓰더라고요. 나중에 물어보니 그냥 한자로 자기 이름을 쓴 거라는데 몸놀림은 진짜인 거죠. 〈리턴〉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술 장면을 기막히게 빨리 따라하는데 한순간 ‘저 사람이라면 진짜 아파 쓰러질 때 몸을 맡길 수 있겠다’고 믿게 되더라구요.” 명배우를 알 파치노 대 로버트 드니로로 나눈다면 그는 드니로쪽에 속할 듯하다. 파치노가 배역 안에 자기의 카리스마를 버무리는 데 탁월하다면 드니로는 자신을 감쪽같이 지워버리는 데 능숙하다. “전 로버트 드니로를 더 좋아해요. 알 파치노는 명배우지만 뭘 연기해도 알 파치노처럼 보여요. 그런데 드니로는 하얀 도화지 같아요. 비슷한 캐릭터를 한다 해도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하죠.”

김명민은 초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연극을 시작했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좋길래’ 계속 하다보니 진로를 정할 때쯤엔 연기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웃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 운이 좋지 않았다. 2004년 영화 〈스턴트맨〉을 찍을 때 오토바이 장면을 찍다가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다.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고 그바람에 한때 뉴질랜드로 이민가서 사업할 생각까지 했다. “배우한테 가장 무서운 말이 ‘슛 액션’이에요. 그때는 눈에 보이는 게 없어요. 나중에 몸이 욱신거려 살펴보면 촬영하다 다친 거예요. 근데 당시엔 몰라요. 오토바이 탈 때도 그랬어요. 그러니 좋아하지 않으면 못하는데 자꾸 출연작이 엎어지니까 난 안 되나보다 했죠. 옛날부터 연기자 안 하면 사업가하려고 했어요. 제가 거짓말을 해도 다들 믿거든요(웃음).”

〈하얀거탑〉보다 먼저 촬영에 들어간 〈리턴〉에서도 그는 외과의사다.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걱정은 안 해요. 이순신도 시작전엔 욕을 바가지로 먹었어요. 그런데 끝날 때쯤엔 100원짜리 동전 속 이순신 장군과 제가 닮았다는 거예요. 장준혁 끝난 뒤엔 의사 캐릭터를 위해 태어난 배우라고들 했어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마지막 모습만 믿거든요.”

〈리턴〉은 등장인물 4명 가운데 어릴적 수술받다 의식이 깨는 바람에 고통을 당한 충격으로 살인마가 된 사람이 누군지 밝혀나가는 스릴러다. 모처럼 앞뒤 똑떨어지는 깔끔한 한국 스릴러인데, 복잡한 인물일수록 나오는 김명민의 진가가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다. 네 인물 사이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우(극중 이름)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인데 그 이상을 하면 조화가 깨져요. 반은 덜어내고 가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차기작은 영화 〈무방비도시〉다. 소매치기를 잡는 광역수사대원으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요즘 그는 형사로 변신을 준비중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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