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엔딩
왕년 대박 감독의 처절한 재기
■ 할리우드 엔딩(K1 밤 0시50분) 2002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우디 앨런의 유쾌한 코미디.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받았던 왕년의 대박 감독 ‘발 왁스만’. 그러나 이제 화려한 날은 가고, 별 볼일 없는 상업광고나 찍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그가 간절히 원하던 재기의 기회가 생긴다. 읽는 순간 그림이 나오는 최고의 시나리오에 6천만달러짜리 대박 프로젝트. 문제는 이 영화의 제작자가 아내를 훔쳐간 도둑놈 ‘할 예거’이고, 눈 번히 뜬 채 도둑맞은 아내 ‘엘리’가 하늘 같은 프로듀서라는 것. 그는 악마와의 거래를 결심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엘리에 대한 사랑과 배신감, 할에 대한 질투와 혐오감, 반드시 영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약한 그를 몰아붙이고 결국엔 ‘스트레스성 실명 상태’에 이른다. 쩔쩔매는 주인공을 둘러싼 유머러스하고 생생한 에너지, 우디 앨런 특유의 통통 튀는 대사와 슬랩스틱이 매력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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