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댄서의 순정’ 연변서 온 ‘국민 여동생’ 사랑을 하다

등록 2005-04-25 17:21



“아즈바아~이(아저씨)~”

<댄서의 순정>은 애간장을 녹이는 문근영의 이 한마디, 그 표정 하나만으로도 가뿐히 게임을 끝내고 관객을 유혹할 수 있는 영화였다. ‘문근영’은 지금 온 국민의 여동생, 무공해 무결점 소녀를 뜻하는 ‘일반명사’ 아니던가. 하지만 <중독>을 연출했던 박영훈 감독은 수고스럽게도 문근영에게, 격정적인 스포츠 댄스와 간들어지는 옌볜 사투리를 가르쳤다. 제법 그럴듯하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김지영, 김기수 등 조연들의 유머로 갈음했다. 새로울 것없는 신파 멜로 <댄서의 순정>이 1시간50분 동안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유다.

장채린(문근영)은 조선자치주 댄스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언니를 사칭해 한국땅을 밟은 간큰 열아홉살 재중동포. 채린의 언니를 파트너 삼아 재기를 도모하려는 스포츠댄스 선수 나영새(박건형)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골칫덩어리다. 한편, 영새와 더불어 성공을 꿈꿨던 선배 마상두(박원상)는, 정체가 들통난 채린을 술집에 팔아 넘겨 투자손실을 만회하려 든다. 하지만 영새는 ‘술집’을 ‘춤 가르치고 돈도 주는 댄스교습소’ 정도로 아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채린을 외면하지 못한다. 결국 영새는 채린을 술집에서 빼내고, 석달 뒤로 예정된 스포츠댄스 선수권대회에 함께 출전하기로 한다.

춤이라고는 학교 때 배운 ‘가무’가 전부인 채린에게, 그 어렵다는 스포츠댄스가 녹록할 리 만무. 좌충우돌 춤을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움트는 수줍은 사랑, 라이벌 정현수(윤찬)의 훼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사랑을 배신하지 않는 채린의 순정은 영화를 끌고가는 세 축이다. ‘춤’ 영화를 표방하긴 했지만, 문근영과 뮤지컬 스타 박건형의 춤은 곁가지다. 꽤 볼만했다는 문근영의 댄스장면도 편집과정에서 ‘드라마’를 위해 상당부분 잘라냈고, 심지어 영화 후반부에서는 박건형을 다리 불구로 만들어 그 좋다는 춤 실력도 용도폐기했다.

문근영의 <댄서의 순정>을 지난해 개봉했던 전지현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 두 영화 모두 문근영과 전지현이라는 당대 최고의 여성 스타에게 전적으로 기댄 영화다. 또 큰 성공을 거뒀던 두 스타의 전작 <어린신부>와 <엽기적인 그녀>가 둘다 코미디였던 반면, 이들 영화의 후광을 입은 두 영화는 나란히 신파 멜로다. <내 여자친구…>는 그러나 영화의 맥락과 관계없이 전지현의 이미지를 민망할 만큼 남용한다는 지적을 사기도 했다. 반면, <댄서의 순정>은 대중이 사랑하는 문근영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되, 그 이미지를 캐릭터와 극의 전개 안에서 매끄럽게 살려보려고 노력한다. 문근영의 순수한 이미지를 극대화 하되, 채린을 ‘반딧불이가 지천으로 날고 야래향 향기가 가득한 시골’에서 날아온 재중동포로 설정해 ‘한국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순수함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식이다. 이런 장치들이 문근영이라는 배우에 기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한계’ 속에서, 영화에 티나지 않게 빛을 보탠다. 그래서인지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을 위한, 문근영에 의한, 문근영의 영화’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보기 민망한 영화’라는 평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