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시티>처럼 값비싼 명품은 등장하지 않지만, 일상의 소소한 재미에서 인생의 참맛을 퍼올리는 여성 영화 두 편이 잇따라 개봉한다. 30대 노처녀의 로맨스 드라마 <브로큰 잉글리시>와 40대 이혼녀 둘의 버디 무비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삶에 지치고 힘든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화들이다.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은 저마다 다르지만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진정한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영화들은 말한다.
맛깔스런 유머와 재치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유쾌한 <브로큰 잉글리시>
남자만 만나면 왜 이리 꼬이는 걸까? 다정다감한 성격과 친절한 매너로 직장과 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호텔 지배인 노라 와일더(파커 포시)는 남자들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 첫날부터 호흡이 척척 맞아 하룻밤을 함께 보낸 남자는 애인이 있는 ‘양다리’이고, 부모의 닦달에 나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에게 막 호감이 생겼는데 최근 헤어진 애인을 못 잊겠다고 징징거린다.
연애에 젬병인 30대 노처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좇는다는 점에서 <브로큰 잉글리시>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닮은 구석이 많다. 유머와 재치로 관객의 입을 시종 벌려놓는 솜씨도 만만찮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보석’으로 칭송받는 파커 포시는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듯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인다. 역시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존 카사베츠 감독의 딸 조 카사베츠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의 실제 엄마 지나 롤랜즈는 노라의 귀여운 ‘속물’ 엄마 역으로 나온다. 영화 제목이 왜 <브로큰 잉글리시>인지는 세 번째 남자(멜빌 푸포)가 등장하면 알 수 있다. 좀더 ‘쿨하게’ 결말을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월3일 개봉.
아줌마의 연대와 우정
스웨덴표 여성 버디 무비 <하트브레이크 호텔>
제아무리 진정한 사랑을 찾았더라도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더구나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남편과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엘리자베스(헬레나 베리스트룀)는 아들의 결혼식장에 급히 가다가 주차위반 단속원 구드룬(마리아 룬드크비스트)과 말다툼을 벌인다. 산부인과 의사인 엘리자베스에게 구드룬이 진찰받으러 오면서 둘은 재회한다. 구드룬은 사교댄스를 배우던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한 뒤 집에서만 지낸다. 딸의 등쌀에 하트브레이크 호텔 나이트클럽을 찾은 구드룬은 엘리자베스와 세 번째 조우한다. 엘리자베스는 구드룬에게 욕망에 솔직하라고 가르치고, 둘은 친밀감을 느낀다. 그러나 구드룬의 전남편이 재결합을 원하고, 구드룬이 응하려 하자 엘리자베스는 질투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 40대 아줌마들이 여성들의 연대감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델마와 루이스>와 같은 여성 버디 무비 계보에 속한다. <델마와 루이스>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남자들은 믿을 수 없는 변덕쟁이요 배신자다. 주인공 헬레나 베리스트룀의 남편이자 스웨덴을 대표하는 중견 감독인 콜린 너틀리가 연출했다. 26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진진·밸진인터내셔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