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서부에서
여름맞이 영화축제
시원한 곳이 간절히 생각나는 계절이다. 바다도 좋고 계곡도 좋지만 서늘한 영화관보다 훌륭한 피서지가 있을까? 날이 더워지기를 기다려 온 여름 영화축제들을 소개한다.
■ 강추! ‘세놈들의 아버지’ 레오네 회고전
거칠 것 없는 평원에서 말 타고 총 쏘는 서부극. 가슴이 탁 트이는 서부극을 피서 아이템으로 추천하는 영화제가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극장)의 2008 시네바캉스 서울(7월11일~8월17일)은 이탈리아 서부극의 거장 ‘세르조 레오네 회고전’을 마련했다. 올여름 최고 화제작인 만주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모티브가 된 <석양의 무법자>(1966)를 비롯한 레오네의 서부극을 볼 수 있다. <황야의 무법자>(1961), <석양의 건맨>(1966), <옛날 옛적 서부에서>(사진·1968) 등 그의 대표작들을 새로 복원한 필름으로 상영한다.
90년대 독립영화의 기린아 할 하틀리의 대표작 <아마추어>(1993) 등을 소개하는 ‘할 하틀리 특별전’과 캐럴 리드의 <제3의 사나이>(1950), 빌리 와일더의 <당신에게 오늘밤을>(1963) 등 고전영화를 소개하는 ‘명화극장’ 코너도 준비했다. www.cinematheque.seoul.kr, (02)741-9782.
■ 10대들 입맛에 딱~ 청소년영화제
청소년은 영화 관객으로서 가장 애매한 계층이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보기엔 나이가 많지만, 그렇다고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는 곤란하다. 10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16~22일, 씨너스 단성사)는 청소년들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수준 높은 영화들을 모았다.
이 영화제의 장기는 뭐니 뭐니 해도 성장영화. 개막작인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너의 친구>(사진)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한 여학생이 학창 시절 만났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여성의 성장과정을 천천히 탐구하며 집단 따돌림과 입시, 교우관계 등 청소년기의 고민과 아픔 사이로 진실한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www.siyff.com, (02)775-0501.
■ 기묘한 환상…부천판타스틱 영화제
아무도 여름휴가를 보낼 곳으로 부천이란 도시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라면 사정이 다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18~27일)가 있기 때문이다. 개막작은 2008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호평받은 이스라엘 감독 아리 폴만의 자전적 체험을 그린 <바시르와 왈츠를>(사진)이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조합한 이 영화는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대량 학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20여년 전 이스라엘군으로 복무했던 감독은 특정 시기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 시절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빈틈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섬세한 비주얼과 감성적인 사운드가 인도하는 감독의 여행은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어떤 장소로 관객을 이끈다. www.pifan.com, (032)345-6313.
■ ‘예술 아니면 공포’ 뮤지컬·호러
블록버스터 영화로 꽉꽉 채우는 여름 극장가가 지겹다면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25일~8월14일, 전국 25개 예술영화전용관)를 찾을 일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색, 계> 등을 상영하는 ‘소설 영화와 만나다’(광화문 미로스페이스 02-3210-3358)를 비롯해 <기쿠지로의 여름>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을 모은 ‘영화관으로 떠나는 바다여행’(시네마 상상마당 02-320-6237), <오페라의 유령>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을 트는 ‘축제! 뮤지컬, 음악 영화’(씨네시티 1644-0757) 등 다양한 축제가 펼쳐진다. 씨네큐브 광화문(1588-8831)은 <록키 호러 픽처쇼> <멀홀랜드 드라이브>(사진) 등 컬트영화와 <괴담> <디센트> 등 공포영화를 상영한다. 필름포럼(02-764-6236)은 <미션> <익사일> 등을 상영하는 ‘액션 마스터 두기봉 특별전’을 마련했다. www.artpluscn.or.kr.
■ ‘음악 아니면 죽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여름 밤 호숫가의 정취를 만끽하며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14~19일)는 영화와 음악과 휴양이 절묘하게 만나는 자리다. 지난해 개막작 <원스>는 유례없는 흥행 기록을 올린 바 있다.
올해 개막작은 미국 다큐멘터리 <영앳하트-로큰롤 인생>(사진)이다. 같은 나이대 노인들이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을 때 이 노인들은 지미 헨드릭스와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부른다. 2008년 선댄스 영화제에 소개된 뒤 큰 화제를 모았다. ‘점잖지 못한 노인네들’이라는 선전 문구로 소개된 이 영화는 특별한 코러스를 선사한다. 음악을 즐기는 데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다큐멘터리다. www.jimff.org, (02)925-2242.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각 영화제 제공
너의 친구
바시르와 왈츠를
멀홀랜드 드라이브
영앳하트-로큰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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