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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다찌마와 리’ 감독 류승완·주연 임원희

등록 2008-08-11 19:05수정 2008-08-11 19:45

감독 류승완 - 철지난 유행 따라했어요
주연 임원희 - 선배들 연기 따라했어요

지난 2000년 인터넷을 통해 상영돼 130만명의 누리꾼들을 뒤집어놓았던 영화 <다찌마와리>가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열차를 타라’는 부제를 달고 8년만에 극장용으로 돌아온다.

<다찌마와리>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과장된 몸짓과 표정, 문어체 대사, 성우 목소리 효과를 내는 후시 녹음 등 인터넷 판의 흥행 요소를 그대로 가져왔고, 세계를 무대로 한 ‘첩보 액션 영화’로 스케일은 더욱 ‘호방’해졌다. 유머의 질과 양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시간 40분동안 폭소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 것이다. 감독 류승완과 배우 임원희가 다시 뭉쳤고, 공효진과 박시연이 미모의 여성 스파이로 출연한다. 류 감독의 페르소나 류승범은 ‘천하의 불한당’ 국경 살쾡이 역을 맡았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감독 류승완(35)과 주연 임원희(38)를 만났다.

-다찌마와리(立ち回り)는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다’는 뜻의 일본어 동사 다찌마와르의 명사형이다. 마지막 글자 ‘り’를 ‘LEE’로 바꿔 사람이름처럼 만들었는데, 이 작명은 류 감독의 작품인가?

=(류)영화 조수 시절만 해도 현장에서 액션 찍는다고 하면 ‘다찌마리’ 찍는다고들 했다. ‘다찌마리’가 아니라 ‘다찌마와리’가 정확한 말이라고 화내시는 분도 계셨다. 내가 워낙 액션을 좋아했기 때문에 친숙한 단어였다. 한 마디로 건달들이 치고받는 얘기다. 조롱과 존경의 의미를 모두 담아, 외래어를 쓰는 전통을 통째로 가져왔다. 그런데 인터넷 버전 다찌마와리가 인기를 끈 뒤에 현장에 와보니 이 말이 거의 사라졌더라. 아마 지식인 출신 영화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언어도 정화된 것 같다.

-애초 인터넷 판을 만들 때 왜 임원희씨를 낙점했나.


=(류)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들어도 후시(녹음)한 것 같지 않나? 내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임원희씨가 악당 역할이었다. 보호관찰관이었는데, 그냥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그보다 한 등급 밑의, 깐죽깐죽하고 야비한 그런 역할이었는데, 여러가지 모습이 보였다. 그때 만화 <짱구>가 한창 유행이었는데, 짱구가 커서 20년 후의 모습 같은 게 있었다.

-임원희씨 원래 성격은 어떤가.

=(임)재미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활달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웃겨주거나 그렇지는 않다. 처음 다찌마와리 찍고 나서 3년 동안 다찌마와리로 불렸다. <식객> 찍고 나서는 지나가면서 ‘식객, 식객’ 하더니, 요즘엔 아직 개봉도 안했는데, 다시 ‘다찌마와리’라고 숙덕이는 소리가 들린다. (영화에서 처럼 목소리를 잔뜩 깔고) ‘음, 또 시작되는군’. (다찌마와리라는 캐릭터가)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웃긴가?

=(류)사람들이 다찌마와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만만하기 때문이다. 왜 오래 사귄 친구, 편한 친구 있지 않나. 이 친구한테는 실수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캐릭터다. 패션 감각 없는 어떤 친구가 잔뜩 차려입고 명동에 나타났을 때 왠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느낌이 웃음을 일으키는 거다.

-너무 웃겨서 포복절도한 장면도 몇 있었다. 촬영하면서도 많이 웃었을 것 같다.

=(임)모든 여배우들이 나만 보면 웃었다. 엔지를 내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한번 웃으면 30분 정도 웃어제끼느라 촬영을 못하는 상황이 온다. 30분이면 돈이 얼만데…. 속시원히 웃어보질 못했다.

-무성영화 시대 변사 스타일과 ‘대한뉴스’적 비장함, 60~70년대 방화 시절의 문어체적 과장법, 우리말로 외래어 하기, 사자성어 놀이 등 모국어로 칠 수 있는 장난은 다 쳐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류)화술이나 어투가 시대마다 달라진다. 같은 감독이 만든 작품을 비교해도 그렇다. 강우석 감독의 <투갑스>와 <공공의 적>을 비교하면 연기법이 많이 다르다. 70년대와 80년대 영화가 또 다르고. 당당했던 유행이 시간이 조금 지나면 우스워 보인다. 당시 영화의 관습을 충실히 재현할수록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릴 때 극장 가보면 애국가 나오고, 뒷줄에는 군·경석 따로 있었다. 진짜 웃긴 나라였다. 그런 것들이 나한테 쌓여있다가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이다.

=(임)내 연기는 선배 연기자들의 특징을 뭉뚱그린 것이다. (실제 시늉을 하며) 옛날엔 칼에 찔리면 ‘흡~, 헉~’하면서 한 쪽 눈을 살짝 떨었다. 요즘 그런 연기 하면 웬 오버냐고 할 것이다. 옛날 한국영화 수십편은 봤다.

기발·발칙함의 결정판!
형식·내용 모두 놓치지 마시라

-어떤 영화들을 봤나.

=(류)김기영 감독 영화부터 멜로드라마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더는 말하지 말자” 같은 대사는 멜로드라마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일 큰 도움이 됐던 것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상암동으로 이사가기 전에 고별전으로 ‘동아첩보활극전’이라는 걸 했는데, <코드 네임 도란스> 등 60~70년대 한국형 첩보 영화를 모아서 한 적이 있다. 그때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두 함께 가서 봤다. 영화마다 멋진 장면 한 둘씩은 건졌다.

=(임)큰 화면으로 보니까 패션이나 표정 등 디테일이 다 보이더라.

-새 영화 <다찌마와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열차를 타라>는 인터넷 판과 무엇이 다른가.

=(류승완) 이상한 옛날 영화 보면서 킬킬거리는 걸 좋아한다. (인터넷용 영화를 만들었던) 그때 당시 복고 열풍 같은 게 있었다. 세기말 현상이랄까, 쌈지로 대변되는 키치 문화 상품도 생겼고. 영화의 기본 출발은 한국 혹은 아시아의 고전 장르를 기반으로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버전이 60~70년대 한국의 건달영화를 바탕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70~80년대의 첩보 액션영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 다르다. 인터넷 버전이 동네 애들이 낄낄 거리며 놀아본 것이라면, 이번엔 좀 더 강화된 언변으로 ‘뻥’의 스케일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촬영 시간은 길어졌고, 제작 규모도 커졌다. 화면도 커졌고.

=(임원희) 이제는 책임을 져야하는 상업영화라는 사실이 다르다. 2000년에는 실험 정신 같은 걸로 시작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골 때리지만 확 땡겼다. 안 그렇게 봤는데, 대단히 실험적인 감독이군, 하고 생각했다. 주인공 시켜준다고 해서 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웃음) 고생했지만, 킬킬거리며 찍었다. 생각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 안 하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다. 지난해 늦가을쯤 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코믹 배우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도 했지만, 해보지도 않고 걱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 발표되는 다른 한국 영화와도 다른 것 같다.

=(류)요즘은 영화도 올림픽 경기처럼 경주를 한다. 개봉 첫 주 관객수 1등, 수익률, 스크린 수 등 경쟁적으로 달리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린 종목이 다르다. ‘너네 열심히 뛰어, 우린 여기서 재미있게 놀게’, 이런 식이다. 영화의 역사란 항상 다른 영화들이 돋보였던 역사다. 어떤 영화가 성공하면, 모두들 따라해서 재미 없어지고, 그럴 때 ‘난 이게 좋아’ 하고 깃발 꽂고 나간 영화들 말이다.

-일제 치하의 만주가 배경이라, 최근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을 떠올리게 한다. 김 감독은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사전에 대화를 나눴나.

=(류)<놈놈놈>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다. 김 감독은 우리 시나리오 보고 “와 재밌다. 골 때린다”고 했고, 어제 시사회 와서 되게 많이 웃고 갔다. <쇠사슬을 끊어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영화의 ‘황금불상에 들어 있는 독립군 명단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바로 <쇠사슬…>의 주요 플롯이다.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임)마음 편하게 오셔서 웃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이 영화의 기발함과 발칙함이 어디까지인지 경험해 보시라.

=(류)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길잡이 말씀을 하나 드리겠다. 영화의 형식과 대사에 빠져 이야기 흐름을 놓치기 마시길 바란다. 황금불상은 어떻게 됐나, 사라진 인물은 어디로 갔나 등 궁금증을 놓치 않고 보시면 형식도 더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14일 개봉.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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