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용국(45·사진)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배용국 집행위원장
“한부모·다문화 가족 등 다양함 인정해야”
22일부터 영화 120편 상영·세미나 예정 영화 한 편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외출>, <가족의 탄생> 등을 제작한 영화사 블루스톰의 배용국(45·사진) 대표. 공대를 나온 그는 국내 굴지의 정유회사에서 원유 및 수송 선박 계약을 담당하던 트레이딩 전문가였다. 세계 곳곳에 정보원을 거느리고, 몇 천억원의 계약을 결재 없이 직접 처리하던 그에게 미국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엄청난 연봉을 약속받고 신변을 정리하며 잠시 쉬던 중, 그는 서울 피카디리극장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그런데 이 영화가 운명을 바꿀 줄이야. “영화를 보고 나오다 우연히 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8월의…>의 음악을 작곡한 조성우(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였어요. 친구의 부탁을 받고 <8월의…> 오에스티(OST)를 홍콩과 일본, 대만에 팔 수 있도록 도와줬죠.” 폭넓은 국외 인맥을 갖고 있던 그에게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외국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한국영화 판권을 사달라는 요청이었다. 미국행을 접고, 영화 <친구>의 판권을 사서 홍콩에 배급한 게 본격적인 영화사업의 시작이었다. 그러다 김동주 쇼이스트 사장을 알게 됐고, 김 사장의 권유로 영화 제작까지 하게 됐다. “특별히 영화를 즐겨보는 편도 아니었던” 그가 영화를 업으로 삼게 된 사연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는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 <나는 행복합니다>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주로 제작해 왔다. 내년부터는 전공을 살려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릴 생각이다. 벨기에가 제작하고 미국이 투자·배급하는 애니메이션 <시크릿 렐름>을 비롯해,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를 제작한 테렌스 창과 함께 제작하는 300억원 규모의 영화 <크리스마스 카고> 등 5편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또 한 편의 영화가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끌고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관계를 다룬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사무국(www.sifff.org)은 2회째인 올해 집행위원장을 맡아줄 사람으로 이 영화의 제작자인 그를 떠올렸고, 그는 선뜻 책임을 맡았다. “저희 축제는 ‘사랑하면 가족’이라고 주장해요.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편견을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가족들이 손 잡고 와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부터, 현대의 가족 문제에 대한 심층적 고찰이 가능한 영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했어요.” 개막작 <플라이 투 더 문> 등 120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먹고 마시는 일회성 행사” 대신, 영화인들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부대 행사도 준비 중이다. “<엑스맨> 시리즈를 제작한 댄 트램, 디즈니 부사장 마이클 앤드린, 미국의 6대 메이저 에이전시인 인데버 관계자 등을 강사로 불러 세미나를 열 겁니다.”
행사는 22~28일 시지브이(CGV) 용산에서 열린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22일부터 영화 120편 상영·세미나 예정 영화 한 편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외출>, <가족의 탄생> 등을 제작한 영화사 블루스톰의 배용국(45·사진) 대표. 공대를 나온 그는 국내 굴지의 정유회사에서 원유 및 수송 선박 계약을 담당하던 트레이딩 전문가였다. 세계 곳곳에 정보원을 거느리고, 몇 천억원의 계약을 결재 없이 직접 처리하던 그에게 미국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엄청난 연봉을 약속받고 신변을 정리하며 잠시 쉬던 중, 그는 서울 피카디리극장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그런데 이 영화가 운명을 바꿀 줄이야. “영화를 보고 나오다 우연히 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8월의…>의 음악을 작곡한 조성우(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였어요. 친구의 부탁을 받고 <8월의…> 오에스티(OST)를 홍콩과 일본, 대만에 팔 수 있도록 도와줬죠.” 폭넓은 국외 인맥을 갖고 있던 그에게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외국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한국영화 판권을 사달라는 요청이었다. 미국행을 접고, 영화 <친구>의 판권을 사서 홍콩에 배급한 게 본격적인 영화사업의 시작이었다. 그러다 김동주 쇼이스트 사장을 알게 됐고, 김 사장의 권유로 영화 제작까지 하게 됐다. “특별히 영화를 즐겨보는 편도 아니었던” 그가 영화를 업으로 삼게 된 사연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는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 <나는 행복합니다> 등 작품성 있는 영화를 주로 제작해 왔다. 내년부터는 전공을 살려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릴 생각이다. 벨기에가 제작하고 미국이 투자·배급하는 애니메이션 <시크릿 렐름>을 비롯해,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 2>를 제작한 테렌스 창과 함께 제작하는 300억원 규모의 영화 <크리스마스 카고> 등 5편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또 한 편의 영화가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끌고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관계를 다룬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사무국(www.sifff.org)은 2회째인 올해 집행위원장을 맡아줄 사람으로 이 영화의 제작자인 그를 떠올렸고, 그는 선뜻 책임을 맡았다. “저희 축제는 ‘사랑하면 가족’이라고 주장해요.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편견을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가족들이 손 잡고 와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부터, 현대의 가족 문제에 대한 심층적 고찰이 가능한 영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했어요.” 개막작 <플라이 투 더 문> 등 120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먹고 마시는 일회성 행사” 대신, 영화인들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부대 행사도 준비 중이다. “<엑스맨> 시리즈를 제작한 댄 트램, 디즈니 부사장 마이클 앤드린, 미국의 6대 메이저 에이전시인 인데버 관계자 등을 강사로 불러 세미나를 열 겁니다.”
행사는 22~28일 시지브이(CGV) 용산에서 열린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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