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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어리바리 은행털이들 폼나게 한탕했네

등록 2008-10-26 18:22수정 2008-10-26 19:28

액션 스릴러 ‘뱅크 잡’
71년 런던 은행강도 ‘실화’ 바탕
시나리오·연출력·연기력 ‘3박자’
치열한 두뇌게임·추격전 볼거리

영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할리우드 영화 <뱅크 잡>은 ‘뜻밖의’ 영화다. 별 기대 없이 티켓을 샀다가, 상쾌한 기분으로 극장문을 나서게 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름난 스타도 없고, 블록버스터도 아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유려한 연출력, 배우들의 앙상블은 그 어떤 주류 영화보다도 탁월하다.

<뱅크 잡>은 1971년 영국 런던 로이즈은행에서 실제로 발생한 강도 사건을 뼈대로 했다. 하지만 단순 범죄 영화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영화는 치열한 두뇌 게임을 벌이는 액션 스릴러로 진화한다. 은행털이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지만, 영국 정보부(MI5)와 경찰, 암흑가까지 얽히고설켜 치고받기 시작하는 중반 이후부터는 반전을 거듭하며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여러 인물들을 거미줄처럼 얽어 놓고 그 긴장의 끈을 죄어가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누가, 왜 은행털이 계획을 꾸몄는지를 알려주고 시작한다. 은행 비밀금고 속에 들어 있는 일명 ‘왕실 초상화’(영국 공주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사진)를 손에 넣으려는 영국 정보부의 짓이다. 정보부는 마약 소지 혐의로 적발된 모델 출신의 여인 마틴 러브(새프런 버로스)를 시켜 은행 강도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한다. 마틴은 런던의 중고차 매매상 테리 레더(제이슨 스태섬)에게 접근한다. 사채 빚에 몰려 조폭의 위협에 시달리던 테리가 망설일 리 없다. 그는 포르노 배우, 재단사 등 동네 친구들을 모아 범행 계획을 세운다.

한탕을 위해 여럿이 모인다는 설정은 <오션스 일레븐>과 같지만, 모두 아마추어라는 점이 다르다. 누군가 엿들을 수도 있는 무전기로 서로의 이름을 불러대며 키득거리는 아마추어들이 전대미문의 완전 범죄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들이 턴 비밀금고는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다. 금고에는 왕실 초상화 말고도, 고위 인사들의 포르노 사진, 부패 경찰에게 돈을 바친 상납 장부 등 온갖 추문의 증거들이 들어 있다. 아무도 모르게 사건을 덮으려는 영국 정보부, 상납 장부를 입수하려는 암흑 조직과 부패 경찰, 무전을 엿듣고 범인들을 쫓는 경찰 등이 얽히고설키며 긴장은 더욱 팽팽해진다.

최근 개봉한 자동차 액션 영화 <데스 레이스>에서 야성적인 근육질 몸매를 뽐낸 제이슨 스태섬은 이 영화에서 줄곧 액션 본능을 숨기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폭발시킨다.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기차역 접선 장면도 박진감 넘친다. 레더와 러브의 로맨스는 특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다.


한마디로 올 상반기 외화의 수작으로 <테이큰>(리엄 니슨 주연, 피에르 모렐 감독)이 있었다면, 하반기엔 <뱅크 잡>이 있다. 액션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 일이다. <단테스 피크>의 로저 도널드슨 감독. 30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코랄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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