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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금기를 즐긴 거장 루이 말 감독 특별전

등록 2008-11-26 19:15

<마음의 속삭임>(사진)
<마음의 속삭임>(사진)
프랑스 영화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꼽히는 루이 말(1932~1995)의 대표작 3편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예술영화를 전문으로 수입하는 영화사 백두대간은 27일 <마음의 속삭임>(사진)을 시작으로, 다음달 4일 <라콤 루시앙>, 24일 <굿바이 칠드런>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연속 상영하는 ‘루이 말 특별전’을 연다.

루이 말 감독은 시대의 금기를 건드리는 민감한 영화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를 모르는 이라면 제러미 아이언스와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한 <데미지>(1992)를 떠올리면 된다. <데미지>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내용으로 개봉 당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루이 말이 <데미지>보다 20여년 앞서 만든 <마음의 속삭임>(1971)은 엄마와 아들의 근친상간이라는 더욱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어두운 톤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떴으면서도, 마치 인생을 다 산 것처럼 행동하는 조숙한 10대들의 치기가 재즈 선율에 실려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영화를 보노라면 불편하기는커녕 시종 웃음을 머금게 된다.

15살 소년 로랑(브누아 페로)은 카뮈의 책을 읽고 자살을 논하고, 찰리 파커의 새 음반에 열광하는 재즈광이다. 신을 욕하는 친구에게는 “신성 모독을 한다는 건 아직 믿는다는 뜻이지”라고 냉소적인 웃음을 날리고, “요즘엔 너도 나도 레즈비언이야”라며 한탄하는 친구에겐 “요즘이 아니야. 플로베르를 읽어봐”라고 젠체하는 그런 10대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로랑의 갈망은 엄마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연결된다. 오이디푸스적 열정을 가벼운 웃음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이 영화는 요즘 말로 정말 ‘쿨한’ 결말을 맺는다.

<라콤 루시앙>(1974)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시골을 배경으로 친나치 비시 정부의 몰락을 그렸다. 그러나 정치영화라기보다는 18살 청년 라콤 루시앙(피에르 블레즈)의 심리를 따라가는 사랑 영화에 가깝다. 병원 청소부로 무료한 삶을 살던 루시앙은 레지스탕스가 되려고 했지만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소개로 독일 경찰 노릇을 하게 된다. 순수하지만 무지한 루시앙은 레지스탕스와 독일 경찰이 뭐가 다른지 알지 못한다. 권력의 맛을 알게 된 루시앙은 유태인 재단사의 딸 ‘프랑스’를 사랑하지만, 사랑마저 권력으로 움직이려다 낭패를 맛본다. 그리고 나치의 몰락과 함께 슬픈 운명이 그를 기다린다.

루이 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영화화한 <굿바이 칠드런>(1987)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세자르 상을 휩쓰는 등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며 그의 작품 세계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내에서도 극장 개봉을 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백두대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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